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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2년 동안 학교 현장에 '복지' 아로새긴 민병희 강원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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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임기 마치고 조용한 퇴장…고교평준화·무상교육 완성

학력저하·교육복지재단 해체·학생인권조례 제정 실패 등 한계도

연합뉴스

밝게 웃는 민병희 강원교육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교육호'의 선장으로서 학교 현장에 '복지'라는 두 글자를 깊이 아로새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12년 동안의 항해를 마치고 조타실을 떠난다.

강원 최초의 진보 교육감이자 전국 최초의 평교사·전교조 출신 교육감이라는 발자취를 남긴 민 교육감의 긴 행보 속에는 성과와 한계가 뚜렷이 나타난다.

2010년 '모두를 위한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첫 임기를 시작한 민 교육감은 취임 3년 만인 2013년 춘천·원주·강릉에서 고교평준화를 뿌리내렸다.

당시 도의회는 도민 중 60% 찬성이라는 조건을 내걸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70% 넘는 찬성으로 평준화를 도입했다.

무상급식·무상교복·무상교육으로 이어지는 교육 복지 완성도 의미 있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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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당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전국 최초로 도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했고, 2020년에는 중·고교 신입생 1인당 30만 원씩 교복 구입비 지원을, 이듬해에는 고등학생까지 전면 무상교육을 이끌었다.

또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하도록 학교마다 교무 행정사를 배치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요구하는 교육부의 정책에는 반대 견해를 분명히 해 갈등을 빚으면서 재정 지원 불이익을 감수하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도내 초·중·고의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에 몰리자 도내 주요 기관들과 함께 반대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반대편에는 한계와 아쉬움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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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민병희 교육감-신경호 당선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력 저하'는 임기 내내 민 교육감을 괴롭히는 화두였다.

도내 고교생의 수능 성적이 수년째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도권 주요 대학 정시 합격률도 저조했다. 기초학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학부모의 '학력 신장' 요구가 12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강원교육을 우회전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은 학교 살리기'를 목표로 출범한 강원교육복지재단을 존립시키지 못한 것도 과오로 남았다.

2017년 설립한 강원교육복지재단은 도내 작은 학교 운영을 돕고자 다양한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 도교육청 출연금으로 운영돼 자립에 어려움이 이어졌다.

재단 이사장과 운영진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으며 재단 살리기에 나섰지만,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출범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여러 번 제정하려 했지만, 번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임기 때는 의회와 협력해 막바지 단계까지 다다랐음에도 노조와 시민단체가 시민 발의 형식을 주장해 발목을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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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떠나는 민병희 강원교육감
[강원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년의 교사 생활과 20년의 선출직 생활, 5년의 해직 교사 생활을 뒤로 하고 민 교육감은 이제 자연인을 자처했다.

민 교육감은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뜻의 자연인은 그 어떤 선출직보다 강하다"며 "정든 교육청을 떠나 땅을 일궈 농사짓고 결실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 테니 많이들 놀러 오시라"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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