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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의 껄렁했던 그 남자, '헤어질 결심'의 우아한 형사로 돌아왔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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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교생실습을 나온 대학생에게 “젖었어요?”라고 성희롱을 일삼던 남자, 교생이 당황하자 “지금 못 일어나요. 섰어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던 그 청년은 어느덧 4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다. 20대 때는 누구 못지않게 자유분방했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아한 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일 얘기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품위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형사 해준 역을 연기했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우아한 배우”라는 칭찬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 평가를 받을 때마다 쑥스럽다. ‘남한산성’의 인조도, ‘덕혜옹주’의 김장한도 모두 창작자가 만들어낸 캐릭터다. 나의 작품 속 모습을 박찬욱 감독님이 활용한 것 같은데 그게 내게 장점으로 유연하게 활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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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영화 ‘덕혜옹주’(2016)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 역을 본 뒤 그를 해준 역에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해일은 “‘덕혜옹주’에서 이미 고전적인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헤어질 결심’의 문어체적 대사가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형사’라는 캐릭터 그 자체다. 데뷔 22년차, 3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박해일이지만 형사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 속 말간 얼굴의 용의자에서 이번엔 형사 역할을 맡았다는 것도 관객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다.

하지만 해준 캐릭터 연기는 박해일에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기존 한국영화 속 형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퀭한 눈에 부스스한 까치집머리, 아무렇게나 걸쳐입은 점퍼로 압축됐다면 해준은 말쑥한 복장과 잘 빗어넘긴 헤어스타일, 그리고 흡사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를 연상케 하는 매너를 갖췄다. 박해일은 “해준 캐릭터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쉬운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사 캐릭터도 처음인데 이 캐릭터가 기존 형사와 180도 다르다. 더욱이 극이 전개되면서 송서래(탕웨이)라는 인물 때문에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이를 끌어안고 해내는 게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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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해준이 서래를 관찰하고, 감시하며 사랑에 빠지는 1부와 서래가 해준을 관찰하고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2부로 나뉜다. 박해일은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감정에 스크래치를 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인물들의 눈빛을 봐야 사정을 파악할 수 있게끔 촬영했다. 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차오르는 해준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며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장면을 얻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역인 탕웨이에 대해서는 “에너지가 좋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화권이 다른 배우와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짧은 순간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과 작품 속 소통 등 고민이 컸는데 탕웨이는 경험도 많고 여유도 있어서 마음을 열고 나라는 배우를 맞이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두 주연배우가 서로의 한국어, 중국어 대사를 녹음하며 호흡을 맞췄다. 박해일은 “탕웨이는 리딩할 때 한국어, 중국어, 영어까지 3가지 언어로 된 대본을 펼친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감정을 연기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내게 한 첫 번째 부탁이 장해준의 대사를 한국어로 녹음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도 탕웨이의 중국어 대사를 부탁했더니 정성스럽게 녹음해줬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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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역인 이정현에 대해서는 영화 ‘꽃잎’과 히트곡 ‘바꿔’를 부를 때부터 팬이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박해일은 “이정현 씨에게 ‘바꿔’를 부를 때 너의 부채가 되고 싶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이정현 씨는 박찬욱 감독님과 작업 경험이 있어서 첫 작업인 나를 여유롭게 이끌었다. 영화 개봉 전 2세까지 출산하며 팀의 경사를 보탰다”고 웃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아봤다는 그는 영화가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새삼 K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브로커’의 송강호 선배가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현장에서도 그만큼 K무비를 반긴다. ‘남한산성’을 함께 한 황동혁 감독님이 ‘오징어게임’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반갑다. 전세계 관객과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현실은 박찬욱 감독님 이하 많은 창작자들이 어렵게 정성들여 일군 땀의 가치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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