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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대법원, 300명인 재판연구원 최대 2배로 증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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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재판위해 2~3년내 늘려야”

자문회의, 金대법원장에 보고

동아일보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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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에서 재판연구원(로클러크)을 2~3년 안에 최대 2배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임기 3년인 재판연구원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돼 사건의 심리와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등을 수행하며 판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법원조직법상 올해까지 재판연구원 정원은 최대 300명으로 제한돼 있지만 내년부터는 대법원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정할 수 있다.

법원 내부를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재판연구원 증원이 법조일원화 제도 정착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일원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판사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거나 재판 부실 및 지연 문제가 악화할 경우 국민들의 ‘좋은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에서다.

김 대법원장은 내년부터 재판연구원을 증원하기 위해 이를 주요 현안으로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당국과 협의를 거쳐 내년도 재판연구원 증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법조일원화분과위 “2~3년 안에 재판연구원 최대 256명 증원 필요”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8일 열린 제21차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법조일원화분과위원회는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2024년까지 재판연구원을 최소 135명, 최대 256명 증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김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우선적으로 고등법원 재판부에 51~123명, 지방법원 대등재판부에 35명, 지방법원 고액 부장단독 재판부에 49~98명을 배치하는 방안이다.

이는 대법원이 최준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정책 연구 용역인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재판연구원의 적정 수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를 바탕으로 한 제안이다. 해당 연구는 재판연구원 투입 효과에 대한 통계적 분석 등을 통해 “국민의 실질적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해서는 현 시점 기준 총 1145~1298명의 재판연구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사 업무 과중 문제 해결과 법조일원화 제도 정착을 위해 현재 300명 규모의 재판연구원을 대폭 증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장기적으로 △고등법원 재판부 3명 △지방법원 대등재판부 2명 △고액 민사단독 재판부와 지방법원 비대등 재판부 1명씩 재판연구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매년 총 선발인원을 현재 100명에서 약 230~260명으로 늘리고 재판연구원 임기를 현재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함이 타당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연구 내용을 분과위 위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분과위는 중·장기적으로는 재판부 재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판연구원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김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다만 2025년부터는 지방법원 비대등 재판부에 우선적으로 재판연구원 1명씩을 배치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했다. 2029년 이후부터는 판사의 나이와 법조경력을 합산해 일정 수치 이상이 되는 판사에게 1명씩의 재판연구원을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 법조일원화 채택한 미국·캐나다는 법관 1명당 재판연구원 1~4명 배치

재판연구원 증원은 5~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갖춰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게 하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조건으로 꼽힌다. 법조 경력과 사회 경험은 풍부하지만 재판 경험이 많지 않은 판사들이 늘어나는 만큼 재판의 질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 보조 인력이 충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법관 임용에 요구되는 최소 법조경력은 현재 5년에서 2025년부터 7년, 2029년부터 10년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이 증가할 경우 통상 나이가 젊은 판사 임용 5~7년차가 합의부 배석판사로 메모와 판결문 초고 작성 등을 담당하고, 합의부 재판장인 부장판사는 기록 검토와 심리에 집중하는 기존의 분업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다. 한 부장판사는 “향후 재판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판연구원이 보조적 업무를 맡고 판사는 사건을 충실히 심리해 판단을 내리는 데 보다 집중하는 새로운 업무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법조일원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법관 1명당 1~4명의 재판연구원을 배치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는 판사 1인당 최대 4명의 전속 재판연구원, 연방지방법원에는 1인당 최대 3명의 전속 재판연구원을 배치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연방법원 판사에게 1인당 1명 이상의 재판연구원이 배치된다.

재판연구원 증원이 향후 ‘판사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막고 우수 인력의 법원 지원을 유도할 방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신임 판사 임용 과정에서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지원자는 평균 18명에 불과했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연구원이 증원되면 업무량 감소는 물론 늦은 나이에 판사가 돼도 정년까지 충분히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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