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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22년간 별일없던 홍콩, 3년새 모든게 변해”… 중국화 급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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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반환 25주년 시진핑 방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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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22년간 별일이 없었는데,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후 3년 만에 모든 게 변했습니다.”

홍콩에서 약 30년째 거주하고 있는 교민 김모 씨(자영업)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홍콩의 중국화’ 속도가 너무 빨라 우려스럽다. 반환 때보다 지금이 더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홍콩에 대한 직접 통치를 강화해온 중국은 2020년 반중 활동에 최대 무기징역을 허용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지난해에는 반중 인사의 출마를 원천 차단한 선거법 개정 등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반환 당시 중국이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했던 약속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1일 반환 25주년 기념식 및 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하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후 2년 6개월간 본토를 벗어난 적이 없는 그가 오랜만의 첫 해외 방문지로 홍콩을 택한 것 또한 ‘홍콩의 중국화’가 완성됐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 최근 3년간 ‘홍콩의 중국화’ 완성

2019년 홍콩 당국이 홍콩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송환법을 강행하려 하자 홍콩인들은 수개월간 대규모 시위를 벌여 이를 저지시켰다. 중국이 반중 인사를 압송할 수단으로 삼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놀란 중국은 2020년 6월 국가 분열, 외국 세력과의 결탁, 정권 전복, 테러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했다. 지난해 3월에는 소위 애국 인사, 즉 친중 인사의 출마만 가능토록 한 선거법 개정도 실시했다. 이후 홍콩 민주 인사들은 설 곳을 잃고 속속 해외로 떠났다.

언론 탄압도 일상이 됐다. 지난해 6월 대표적 반중 매체 핑궈일보는 수뇌부 체포, 압수수색, 자산 동결 등 당국의 탄압이 거세지자 결국 자진 폐간을 선택했다. 이후 리창신문, 시티즌뉴스, 팩트와이어 등 다른 매체들도 속속 자진 폐간했다.

집회의 자유도 사라졌다. 대표적인 예가 홍콩에서 매년 열리던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추모 행사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홍콩 당국의 집회 불허로 이 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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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 교육 강화

중국공산당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애국 교육도 부쩍 강화됐다. 홍콩 당국은 9월부터 홍콩 공립 고등학교 학생들이 반드시 공부해야 할 과목으로 중국공산당과 현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공민사회발전’을 택했다.

중국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10대 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환법 시위 후 홍콩 당국이 개편한 교과서에서는 ‘중국은 홍콩에 대한 주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홍콩은 결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로 인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중국공산당은 애국 교육을 통해 중국을 찬양하고 서방을 비판하는 성향이 강한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를 키워냈다. 홍콩에서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표준어인 광둥어 대신 중국 본토의 표준어 ‘푸퉁화(普通話)’ 사용도 확대하고 있다. 과거 홍콩에서 널리 쓰였던 영어와 광둥어 사용을 제한하고 푸퉁화를 보급해 홍콩의 중국화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中 국영기업, 홍콩 경제 장악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홍콩 경제가 이미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갔다고 27일 진단했다. 이는 특히 기업공개(IPO)에서 두드러진다. 1997년 반환 때는 홍콩 페레그린증권, 미국 모건스탠리 등이 각 기업의 상장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중신증권 등 중국 기업들이 상장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아시아의 진주’ ‘국제 금융허브’로 불렸던 홍콩의 위상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WSJ는 “홍콩 당국이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을 따라하면서 세계 금융계 인사들이 홍콩 방문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매년 홍콩에서 열리던 ‘AVCJ 프라이빗에쿼티(PE)·벤처 포럼’, 사모펀드 콘퍼런스 ‘슈퍼리턴 아시아’ 등 주요 금융계 행사가 모두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 소니,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등은 홍콩사무실 직원 일부를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 배치하거나 홍콩 지사 규모를 줄인다고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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