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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46구 쏟아진 미 트레일러 참사, 그 안엔 마실 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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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남부 샌안토니오 외곽에서 최근 수십 년 이래 최악의 밀입국 관련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샌안토니오 당국이 도로변에 주차된 트레일러 안에서 46구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온열 질환 증세를 보인 어린이 4명을 포함한 16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이날 샌안토니오는 섭씨 40도를 웃돌았다.

찰스 후드 샌안토니오 소방서장은 “(이들의 몸이)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탈수 증세를 보였으며, 트레일러 안에서는 식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트레일러는 냉장용으로 제조됐지만 냉각 장치가 작동한 흔적은 없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한 경찰관은 현지 언론에 “트레일러에 있던 사람이 100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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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서장은 트레일러에 있던 이들은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이주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3명을 연행했다고 했다. 론 니런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은 “(숨진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온 가족으로 보인다”며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텍사스 남부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불법 이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들은 국경순찰대 검문소를 통해 샌안토니오까지 차를 타고 이동한 뒤 이 근방에서 미국 전역으로 흩어진다. 맥머너스 서장은 “트레일러에 타고 있던 이들은 미국으로 밀입국 이민을 시도하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토안보부가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번 사고가 최근 수십 년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와 관련해 최악의 사망 사건 중 하나라고 전했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에 주차된 트럭에 갇혀 있던 이주자 10명이 사망했다. 2012년엔 텍사스 남부에서 20명 이상의 이민자가 탄 픽업트럭이 나무에 부딪혀 15명이 사망했다. 2003년에도 텍사스 남부 도시 빅토리아에서 7세 소년을 비롯한 17명이 트럭 안에서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트레일러를 통한 밀입국은 1900년대 미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새로운 밀입국 수단으로 떠올랐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냉방 장치가 가동하지 않을 경우 트레일러에 있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공화당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공격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트위터에 “이러한 죽음은 바이든 행정부에 책임이 있다. 개방적인 국경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하도록 하는 연방공중보건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점진적으로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의원은 “이 끔찍한 비극은 사람들이 망명을 요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질서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며 “연방공중보건법의 계속된 사용은 절망적인 사람들을 더욱더 절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남서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는 23만9416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5월(14만4116명)보다 66% 늘어난 수치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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