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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코리아펀드 신화' 존 리, '불법 투자' 의혹에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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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전도사

장기투자 철학…'동학개미 운동' 재조명

금감원, 차명 투자 의혹 조사

결국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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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미국 펀드매니저 시절(사진= '유퀴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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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고 있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차명 투자' 의혹을 받은 지 열흘 만이다. 존 리 대표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세계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 신화의 주역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가치투자', '동학개미 운동'으로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획을 그었던 그가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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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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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리, 혜성 같은 데뷔…뉴욕 월가 '코리아펀드'로 유명= 존 리 대표가 국내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코리아펀드'다. 그가 코리아펀드와 인연을 맺기까지 뒷이야기가 있다. 존 리 대표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자퇴 후 미국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KPMG 회계사로 근무했다.

1991년 운명의 세 여신 중 하나인 클로토가 그에게 나타난다. 그 해 존 리 대표는 직장을 옮겨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클라크에 입사한다. 스커더 스티븐스&클라크는 세계 최초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를 만든 투자회사다. 바로 그 유명한 '코리아펀드'다. 당시 코리아펀드는 한국에 투자하는 단일펀드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존 리는 입사 후 코리아펀드를 운용하게 된다. 코리아펀드 신화의 시작이었다.

그가 운용했던 1991년부터 15년 동안 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무려 1600%에 달했다. 코리아펀드는 1984년 상장 당시 600억원 규모였으나 2005년 1조5000억원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존 리 대표가 주목을 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 철학이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벌개혁, 기업 투명 경영, 주주 자본주의 등을 강조해왔다. 돈을 많이 버는 뱅커가 아닌 투자 철학을 가진 투자자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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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투자' 전도사…'동학개미 운동' 주창자로 주목= 2014년 메리츠금융지주가 그를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대표이사로 영입하면서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그의 운용 철학 '가치투자'가 주목받으면서다.

'주식은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야 한다'는 주식시장의 격언과 달리, 존 리 대표는 "주식은 안 파는 기술이다"고 강조하곤 했다. 장기 투자를 중요시하는 그의 투자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어록으로 꼽힌다.

2014년 1월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설립한 '메리츠코리아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7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빛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16년 이후 주식형 펀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20년 간 동고동락했던 권오진 책임 펀드 매니저가 사임하는 등 업계에서는 내부가 시끄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존 리 대표는 한 번 사람을 쓰면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운용 중인 펀드 성과가 부진했다는 방증으로 읽혔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 운동'으로 주식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렸을 때 가치투자 원조로 그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지수 하락처럼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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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한 회사, 알고 보니 아내가 주주…투자 기업 오너 딸은 메리츠운용 직원= 몰락은 제보에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및 차명 투자 의혹과 관련해 최근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조사 대상은 존 리 대표가 운용하는 부동산 P2P 상품 관련 사모펀드 4개였다. 해당 사모펀드 중 1~3호는 이미 청산됐고, 현재 4호만 잔액이 남아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해관계 충돌 여부와 차명 투자다. P2P 기업은 존 리 대표의 지인이 설립했으며, 존 리 대표의 아내가 지분 6.57%를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출시한 사모펀드가 해당 기업의 투자 상품에 투자한 것은 이해관계 충돌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P2P 기업 대표의 딸이 메리츠자산운용에 고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인의 딸에게 취업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문제될 사안이 없어도 이해관계 충돌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최근 정치인 자녀의 대입 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채용 관련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진 사퇴로 일이 더 커지지 않도록 수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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