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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38일…체험 학습 아동 관리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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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일 이상 무단결석 아동
학교가 가정 방문해 확인
체험학습의 경우는 예외

해당 기간 안전 확인 위한
법적 근거 없어 대책 필요

부모와 함께 교외체험학습을 떠난 뒤 실종된 초등학교 5학년 조모양(10)이 교육당국의 장기결석 아동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이상 무단결석을 한 아동은 학교가 가정을 방문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전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지만, 체험학습 제도에 따라 등교하지 않는 학생은 학교가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시·도교육청에 개선을 주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전국 일선 초·중학교는 가족여행이나 견학 등을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교외체험학습 제도를 학교장 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고,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 올해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수업일수 190일의 20%인 38일 이내의 범위에서 학교장이 출석 인정 일수를 정한다. 조양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1년에 38일까지 체험학습을 떠날 수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양은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18일(수업일수 기준)간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등교하지 않았다. 체험학습 기간이 끝난 뒤에도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은 가정방문 등을 거쳐 지난 22일 경찰에 신고했지만, 조양 일가족은 지난달 30일 밤 전남 완도의 한 펜션을 빠져나온 뒤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조양이 실종된 지 3주가 지난 뒤에야 실종 사실이 파악돼 수사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교외체험학습 기간 중 학교가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거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2016년 이른바 ‘원영이 사건’으로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무단결석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부모가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아이와 함께 종적을 감춘 경우에는 이 같은 보호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외체험학습 자체는 좋은 제도지만 학교가 아동의 가정환경 등을 미리 파악해 평소 위험한 환경에 있다고 여겨지는 아동의 경우 체험학습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초등학교 3학년 A양이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 이후 교육부가 일선 시·도교육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A양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수업이 많았던 2020년 한 해 동안 가정학습과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한 차례도 등교하지 않다가 새 학기 첫날인 지난해 3월2일 몸 곳곳에 멍이 든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사건 발생 이후에야 5일 이상 장기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들에게 담임교사가 주 1회 전화를 해 상태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선 시·도교육청들에 인천·부산 등의 사례를 공유하고 교육청 지침으로 (장기 체험학습 아동 관리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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