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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 가하는 쪽이 더 고통…‘러시아 제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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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하는 서방, 에너지 공급난과 극심한 고물가로 신음

정작 러시아는 루블화 강세에 증시 호조·경상수지 흑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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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를 둘러싸고 역설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진영은 에너지 공급난과 극심한 고물가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반면 제재 대상인 러시아는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서방 진영은 유가 상한제, 금 수입 금지 등 추가 제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인도·중국 등의 협조가 없다면 이 역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27일 기준으로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53.4루블을 나타내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24일 달러당 81.1루블과 비교해 35%가량 절상됐다. 올해 3월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에 착수해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다른 통화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달러 대비 루블화 강세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특히 전날에는 러시아가 달러와 유로화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1억달러(약 1281억원)의 이자 미납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는데도, 이 역시 루블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디폴트가 상환능력 부족보다는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루블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거래소에 상장된 50개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RTS 역시 전쟁 전과 비교해 오히려 17.5%가량 올랐다.

데이터분석업체 CEIC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상수지는 올 1~5월 1103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322억달러보다 3배가량 커졌다.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지만, 중국과 인도 등이 원유를 사들이면서 원유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지난달 평균 하루 약 8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는데, 이는 올 4월 약 39만배럴, 지난해 5월 13만7000배럴보다 늘어났다.

오히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동절기가 닥치기 전에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유럽이 더 급해졌다. 독일은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서방 진영은 일단 대러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것에 뜻을 모으고 있다. 2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다. 서방국의 원유 구매자들이 ‘카르텔’을 형성, 정해진 가격선을 넘는 원유를 사들이지 않기로 약속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산 원유 거래에 숨통을 틔워 에너지 공급난을 일부 해소하면서도 러시아에 너무 많은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 원자재인 금은 수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재가 러시아의 돈줄을 죄고,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상현 연구원은 “러시아가 유가 상한제에 대한 맞불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더 줄일 가능성이 있고, 중국·인도의 제재 동참 여부가 없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잇따른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당장 치명적 타격을 주지는 않는 반면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서방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험 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가 더 큰 골칫거리”라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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