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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토지거래허가구역 1년 연장된 현장 가보니…“거래 급감, 재산권 침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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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잠실 마이스(MICE)요? 개발이 언제쯤 될지 모르는 호재인데 이것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규제를 합니까?” (잠실동 주민 A씨)

“누가 집값을 올려달라고 했나요? 처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당시에는 집값이 잠잠해지면 풀어주겠거니 했는데,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게 벌써 3년째입니다.” (청담동 주민 B씨)

서울시가 지난 202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4개동(洞)에 대한 거래 허가 규제가 1년 더 연장되면서 지역별 희비가 엇갈린다. “3년째 거래 허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과도하다” “사유재산권 침해다” 등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포동, 잠원동, 도곡동 등 규제 지역과 맞닿은 지역은 오히려 반사 이익으로 집값이 오르는 모습도 감지된다.

매경이코노미

지난 6월 15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택가 일대.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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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대치·삼성·청담

▷6㎡ 초과 주택 거래 허가받아야

서울시는 지난 6월 15일 열린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과 잠실 일대 MICE 개발 사업 영향을 받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와 송파구 잠실동 총 14.4㎢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심의해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로써 2020년 6월 23일부터 올해 6월 22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이들 지역은 내년 6월 22일까지 1년 더 규제를 받게 됐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지정 지역의 투기 과열이 우려되거나 집값 또는 땅값 급등 우려가 있을 때 지정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 상가, 토지 등 부동산을 거래하려면 매수 목적을 명시하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매매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세 낀 집을 가진 사람 역시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파트를 처분할 수 없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같은 이유에서 서울시는 지난 4월에도 압구정 아파트지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수 전략정비구역(1~4구역) 총 4.57㎢에 해당하는 지역을 내년 4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바 있다. 이번 잠실과 대치동 일대 규제 재연장을 통해 시는 확실한 집값 안정세를 이어가겠다는 정책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 재지정된 지역은 기존과 같지만 토지 면적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 규제 대상이 되는 면적을 아파트는 대지 지분 기존 18㎡에서 6㎡, 상가는 20㎡에서 15㎡로 좁혔기 때문이다. 즉 매매 거래를 허가받아야 하는 대상 주택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집값 이미 하락, 거래도 줄어

▷“신고가 서초 지역은 빠져” 주민 불만

3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지역 주민들은 반발이 거세다. 실거주자만 매수가 가능한 만큼 거래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대치동 ‘대치SK뷰(총 239가구)’의 경우 처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20년 6월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매매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직전 1년인 2019년 6월부터 2020년 6월 동안 1366건이 거래됐지만 시행 1년 뒤 363건으로 급감했다. 대치동 거래 건수 역시 822건에서 253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반포동은 같은 기간 716건에서 725건으로 거래량이 소폭 늘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거래량을 흡수한 규모는 아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게다가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지난 5월 넷째 주부터 4주 연속 매주 0.01%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이 속한 강남구도 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일례로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송파구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늘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1년 더 연장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잠실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잠실동 대장 아파트 단지인 잠실 ‘리센츠’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2억~3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에 손바뀜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용 84㎡가 22억5000만원(29층)에 팔렸는데 직전 거래(26억5000만원)보다 4억원 빠진 가격이다.

잠실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엘스, 리센츠 등 일대 대단지들은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가격도 고점 대비 10%가량씩 떨어진 상태”며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바로 옆 신천동 파크리오가 더 비싸게 거래된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주택 소유주들은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인근 서초구는 제외하고 이들 지역만 재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한다. 6월 13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는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서초구(0.02%)는 용산구(0.01%)와 함께 유일하게 상승한 지역이었다.

실제로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는 올 4월 57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43억8000만원, 지난해 5월)를 뛰어넘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는 4월 11일 직전 최고가보다 3억원 오른 64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150㎡는 4월 28일 47억원에 신고가 거래되며 지난해 7월 거래보다 7억원 올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76㎡가 58억원 신고가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압구정동 ‘현대1·2차’에서는 전용 131㎡가 47억6500만원(6월 2일)에 거래돼 1년 만에 시세가 7억원 뛰었다. 청담동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 274㎡는 4월 145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 중 가장 강력한 규제에 속하는 제도 중 하나”라면서도 “과거보다 갭투자가 줄어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해당 지역은 자본력을 갖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고, 실거주 대기 수요까지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장기적인 가격 조정을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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