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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MB, ‘사면’ 발판 되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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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이 28일 경기 안양교도소에 복역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3개월 형집행정지를 결정했다. 형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 판결받고 수감된 지 1년 7개월 만에 일시 석방된다. 사진은 지난 2021년 2월10일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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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을 석달 동안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뇌물·횡령 등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돼 수감된 지 1년7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검찰은 이날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하는데 건강 상태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번 형집행정지 결정을 사면 논의의 발판으로 삼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형집행정지는 수감 생활로 현저히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의 위험이 있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을 때 인도적 차원에서 수감자를 풀어주는 제도일 뿐이다. 해당 사유가 사라지면 다시 수감될 수 있는 일시적인 석방으로, 형벌 자체를 소멸시키는 사면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사면에 내포된 ‘용서’의 의미도 전혀 없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됐다가 1년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고, 2020년 2월 2심 선고 뒤 재구속됐으나 엿새 만에 또 보석으로 석방됐다. 같은 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 11월부터 본격적인 수감 생활을 시작했으니 수감 기간은 현재까지 2년8개월 정도 되는 셈이다.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데 비하면 도저히 죗값을 치렀다고 볼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4년9개월보다도 훨씬 짧다. 게다가 재산을 감춘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대통령에 당선되고 대통령직에 있을 때는 뇌물을 받아 사익을 챙긴 이 전 대통령의 죄질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군불 때기를 이어왔다. 지난 9일에는 “과거 전례에 비추어 이십몇년을 수감 생활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고 노골적인 언급을 했다.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 어설픈 명분 찾기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 전 대통령 수사·기소를 지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무참히 붕괴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굳건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제 와서 섣부르게 사면을 언급하는 것은 자기 부정일 뿐이다. 법치주의와 정의, 공정을 말하려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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