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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전세대출 받으면 月이자 62만원…차라리 월세가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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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이뤄진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량이 전국 17개 시·도 모든 지역에서 전세 거래량을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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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부 A씨는 이사 고민으로 걱정이 많다. 학원 등 자녀 교육 문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에 8월 말까지 전셋집을 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은행에서 전세대출 관련 상담을 받고 깜짝 놀랐다. 아파트 전세값뿐만 아니라 전세 대출금리도 많이 올라서다.

지난해 10월 상담받을 때만 해도 연 2.99%였던 전세대출 금리가 연 3.66%로 뛴 것이다. A씨는 “2억원을 빌리면 한 달에 61만원씩 이자를 갚아야 해 부담인데 문제는 금리가 더 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게 나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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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하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27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평균치)는 연 3.99~5.01%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8월(연 2.71~3.64%)보다 최고·최저금리가 1.2%포인트 이상 올랐다. 연 2%대 금리의 대출 상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전세대출 금리가 급등한 건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들썩인 영향이다. 특히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단기 금융채의 금리 오름세가 눈에 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AAA) 금리는 28일 기준 연 2.646%로 6개월 사이 1%포인트 넘게 뛰었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1.98%)도 한 달 전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월세보다 비싼 전세금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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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전세대출의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은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기준 4.2%다. 전세대출 금리 상단(연 5.01%)보다 0.81%포인트 낮다. 은행에 갚아야 하는 전세대출 이자가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연 5.01% 금리에 1억5000만원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연간 이자는 751만5000원으로, 세입자는 매달 은행에 약 62만6000원을 갚아야 한다. 만일 1억5000만원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면 집주인에게 매달 52만5000원을 주면 된다. 연간(630만원)으로 따지면 전세금 이자보다 121만5000원을 아낄 수 있다.



전국 ‘월세’ 시대 오나



전셋값이 급등으로 막이 오른 ‘전세의 월세화’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며 가속화하고 있다. 2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는 34만9626건(확정일자 기준)이다. 이 중 월세 거래(20만1995건)가 57.8%를 차지했다. 전국 17개 시·도의 월세 거래량도 전세를 앞질렀다. 지역별로는 제주의 월세 비중(85.4%)이 가장 높았고, 수도권에선 서울(57.4%)이 앞섰다.

전문가들은 월세의 전세 추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대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보유세 부담 등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집주인)의 필요가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빠르게 뛰자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커졌다”며 “전세대출을 (2년 단위로) 연장할 때 원금 일부를 갚거나 반전세·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장사' 압박에 은행권 금리 낮추기도



변수는 지난 21일 정부가 꺼낸 임대차시장 안정 방안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는 ‘전세대란’을 막기 위해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동시에 세입자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오는 8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임대 기간 2+2년 보장)에 막혀 그동안 묶인 임대료가 한 번에 오를 수 있어서다

우선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는 착한 임대인(상생 임대인)에겐 1주택 인정을 위한 2년 거주 요건을 2024년까지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무주택 전·월세 거주자에겐 월세액 세액공제율을 최고 15%까지 올리기로 했다. 총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는 월세액(연간 750만원 한도)의 15%를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압박에 은행이 잇따라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24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우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1일부터 일반 전세대출 금리(연 3.03~4.36%)를 연 0.41%포인트 낮췄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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