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세규합 ‘친윤’ vs 여론전 ‘이준석’… 두 쪽 난 與 [이슈+]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 출범날… 윤핵관 주도 당내 모임

당 안팎서 노골적인 ‘이준석 죽이기’라는 평가나와

안철수, 이준석 견제 위해 친윤계에 힘 싣는 모양새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습니다.”(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첫 날인 27일 ‘단합’을 강조한 최 위원장의 외침이 공허해진 모양새다. 같은날 친윤계 의원들이 세를 규합해 이준석 당 대표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서면서 국민의힘이 쪼개지는 모습이다.

혁신위에 앞서 열린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포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안철수 의원 등 60명 가까운 인원이 모였다. 이날 모임에는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가 총출동했고,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윤한홍·정점식 의원 등도 참석했다. 장 의원 주도 당내 모임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절반이 넘는 의원이 집결한 것에 반해 같은날 당 공식 행사인 정책의원 총회의 참석자는 40명에도 못 미쳤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친윤계가 노골적으로 ‘이준석 죽이기’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계 대거 집결해 세 과시…“이준석 고립 작전”

국민의힘 혁신위 출범을 기점으로 당내 주도권 다툼은 ‘친윤 대 이준석’이라는 구도로 선명해진 모습이다. 윤리위 징계 심의로 거취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와 대선 이후 당내 ‘주류’로 자리잡은 친윤계 의원들의 기싸움이 연일 치열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은 ‘앙숙’ 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친윤계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장 의원 주도 포럼에서 윤핵관들과 나란히 ‘1열 좌석’에 자리를 잡았고, 장 의원의 즉석 요청에 따라 권 원내대표·정 의원에 이어 세 번째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이른바 ‘간장 한 사발’ 발언에 대해 대놓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은 “(이 대표 말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발언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 속이 타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디코이(decoy·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한다”며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디코이’는 최근 최고위 회의에서 연일 충돌한 배현진 최고위원, ‘간장’은 인터넷상 은어인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 의원을 지칭하는 합성어로 해석됐다.

안 의원은 이날 이 대표가 주도해서 추진한 당 혁신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우리는 야당을 설득해 정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과 세계적 경기 침체에 대응해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당 내부의 파워 싸움이나 헤게모니는 다 부질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 역시 최근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 “서로 자중하고 말을 아끼면서 의원들의 집단 지성을 갖고 해결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집권 여당의 진중함, 무게감을 갖고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정당에는 갈등이 있고, 갈등을 잘 해소하는 것이 정치력이고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 대표의 ‘간장 한 사발’ 표현과 관련 해석을 두고 “무슨 말인지 모른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이준석 대표와 저와 어떤 갈등이 있느냐”며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장 의원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결국 이준석을 포위하겠다는, 이준석 고립 작전이다”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절반이 참석했다는 것은 사실상 계파 모임을 한 것”이라며 “장제원, 안철수 연대에다 정진석, 그리고 김 전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이준석 대표가 딱 고립된 모양새여서 보기가 좀 안 좋았다. 속이 너무 뻔히 보였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을 초청하려면 대표를 통해서 같이 초청해서 말씀을 듣는다는지 다른 당에서 오라고 한다든지 이런 건데 누가 봐도 이건 계파 모임”이라며 “이것은 신의 한수가 아닌 신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쉬지 않는 이준석의 ‘입’…매일 저격 발언 쏟아내

이 대표는 혁신위에 대한 비판을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윤은 왜 이 대표를 공격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좀 의아한 상황”이라며 “권력을 향유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것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하면 된다”고 말해 사실상 친윤 세력이 자신을 견제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답을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같으면 나라 큰일 난다.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며 친윤계를 다시 한번 직격했다. 이를 두고 ‘윤심’과 윤핵관에 대한 갈라치기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박(眞朴) 또는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완전히 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간장’이라는 표현이 안 의원과 장 의원을 지칭했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하자 “그렇게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저는 간장이라는 발언을 제 이름을 걸고 하는데 반대로 저를 공격하는 분들은 본인 정치를 숨긴다”며 “대선 기간에도 윤핵관으로 저를 저격하는 기사가 계속 나왔다. 비겁하기까지 한 것이다.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되기 전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해 화제가 됐던 것에 대해서는 “한편으로는 프레임 씌우기, 타박하기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웃는 얼굴로 악수하러 다가오는 것, 앞뒤가 다른 경우에는 제가 강하게 배척한다”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특보를 지낸 김정재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 혁신위 위원 중 5명을 지명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이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준석 사조직론’이라며 “이름 좀 대보시라”고 반박했다.

한편 28일 이 대표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을 비판한 정치 평론가 장성철 가톨릭대 특임교수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링크하며 “시사 패널들은 누구를 비판하더라도 편하게 말씀하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시사 패널 세상은 좀 아는 편인데 이준석 비판은 아무리 해도 따로 방송국이나 패널들께 연락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다른 곳(사람)이라고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앞서 장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장제원 같은 분은 정권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장 교수는 “자신의 행태에 대해서 방송에서 비판 좀 했다고 방송국에 전화해서 저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항의하는 게 권력 실세가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무서워서 방송 패널을 못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장 의원님! 방송 못 하게 하시면 안 할게요”라며 “혹시 제가 잘못 알고 비판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연락 달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