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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日, 147년 만의 6월 폭염…사흘 연속 '전력 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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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일찍 끝나자 6월부터 시작된 폭염
간토 주요 지역 기온 40도 육박
일 정부, 전력 공급 부족할까 긴장
한국일보

때 이른 폭염에 28일 도쿄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도쿄의 최고기온이 6월에 사흘 연속 35도를 넘은 것은 관측 이래 처음이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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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등 일본 간토 지방을 중심으로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가 사흘 연속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의 장마철인 6월 하순에 7, 8월 수준의 더위가 이어지는 것은 일본 기상청이 통계를 집계한 1875년 이후 1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후 3시까지 △야마나시현 고슈시(38.7도) △기후현 다지미시(37.9도) △아이치현 도요타시(37.8도) 등에서 37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앞서 도치기현 사노시는 지난 27일 오후 기온이 39.8도까지 치솟았고, 도쿄도는 25~28일까지 관측 사상 처음으로 나흘 연속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오는 29일에도 군마현 마에바시시,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 등에서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6월 하순(21~30일) 최고기온의 평균 온도는 32.8도(28일 이후는 예상 기온으로 추산)로, 일본 기상청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875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6월 말까지 장마가 이어지지만, 올해는 27일 현재 이미 장마가 끝난 곳이 많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짧은 장마로도 기록됐다.

예년보다 빠른 무더위로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하자, 일본 정부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전날에 이어 28일과 29일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도쿄전력 관내 지역에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주의보는 전력 예비율이 5%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될 때 발령한다.

일단 전력 회사가 전력 공급 능력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경산성은 “예단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계감을 높였다. 특히 오후 4, 5시 사이를 가장 불안한 시간대로 꼽았다. 전력 수요는 줄지 않는데 해가 기울어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주의보를 발령하고 절전을 강력히 권장하자 일부 기업은 실내 온도 설정을 28도까지 높이고 가전 양판점에선 전시된 TV 절반의 화면을 꺼 놓는 등 절전에 동참하기도 했다.

경산성은 다만 열사병 피해를 우려해 “무리하지 말고 적절히 냉방하면서” 절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도쿄 소방청에 따르면, 열사병으로 긴급 호송된 환자 수가 25~27일 오후 9시까지 421명에 달했다. 미에현 도바시에서는 25일 9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전력 수급 불안은 구조적인 원인도 있어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탄소 배출 감소 흐름에 따라 노후한 화력발전소의 휴·폐업이 잇따르는 반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 송전망 건설이 미비해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지역에서 전력 수요가 높은 도시 지역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어려운 것도 도쿄 등 수도권의 전력 수급 불안이 계속되는 원인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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