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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제보 없던일로 해달라”…포스코 ‘군대식 조직문화’가 문제 키웠다[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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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4월11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희롱 제보글. 해당 제보자는 같은날 오후 11시 55분쯤 제보내용 삭제를 요청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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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다니던 여성 직원이 3년간 상사 4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노조)는 이 회사 특유의 ‘군대식 조직문화’가 조직 내 성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서 내 모든 문제를 직책 보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연좌제 문화로 인해 상급자는 징계를 피하고자 사건을 무마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포항제철소에서 50대 후반 직원 A씨가 20대 동성 직원 B씨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B씨는 포스코 감사부서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지만 B씨는 A씨와 함께 2개월여를 함께 근무해야 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지침에는 피해자의 신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도록 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B씨는 두 달 넘게 혼자 힘들어하다가 감사부서에 신고 사실을 철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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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1일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희롱 제보글 삭제를 요청한 게스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제공


지난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50대 직원 C씨가 협력업체 여직원 D씨에게 수차례 성희롱을 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노조는 포스코 내부에서 성관련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군대식 조직문화로 상급자들이 자신의 승진 문제가 달려있어 사건 무마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KIP(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 지수가 상급자 승진의 기준이 된다”면서 “자기가 있는 조직안에서 산재 사고가 나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승진에 불리해진다. 그러니 무슨 방법으로라도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논란이 된 포항제철소 여성 직원 성폭력 고소 사건도 상급자가 여직원의 집 앞에 찾아와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는 포스코에서 발생하는 성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했다.

지난 4월11일 노조 홈페이지에도 포스코 한 부서에서 발생한 성희롱 제보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은 “한 여직원이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했고, 해당 부서에는 오히려 피해자를 예민하다고 매도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승진해서 해당 부서로 다시 돌아왔고, 신고한 여직원은 힘들게 지내고 있다”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11시쯤 “피해자가 더 이상 시달리기 싫다고 한다. 당분간은 어떤 조치도 보류해달라”면서 게시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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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 블라인드 갈무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포스코 한 직원은 “정도경영실(포스코 감사부서)에 (성희롱) 신고를 하면 선택하라고 한다. 이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신고하고서 다섯달이 걸렸다”면서 “이미 소문이 나고 죄인처럼 일했다. 다섯달이 50년 같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당 직원은 “처벌을 해야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냥 빨리 피하고 싶었다. 처벌하기 위해서 또 몇 달간 같이 일하면서 얼굴 볼 거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며 “가해자는 부서에서 내 욕하고 다니고 승진도 계속한다. 이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포항여성회는 포스코의 남성 중심적인 사내 문화가 연이은 성비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희 포항여성회 회장은 “(포스코 사내 분위기가) 음담패설을 마치 유머인 양 하고, 남성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자랑스러운 일인 양 떠벌리고 다닌다고 한다”며 “이러한 조직문화를 먼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항여성회와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 포스코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폭언·폭행·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집무규정에 명시돼 있다”며 “이번 사건은 포항지청이 반드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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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전경.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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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성폭력 논란이 계속되자 포항시민들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포항시민에게 포스코가 차지하는 자부심이 큰 탓이다.

시민 김정민씨(42)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스코를 ‘XX코’라고 말한다. 수도권 기업에 취직한 친구들도 전화와 포스코 사내 문화가 어떤지 묻는다”며 “국민기업이 아니라며 포스코를 수도권으로 옮기려한 최정우 회장을 바라보는 포항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번 사건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성 직원은 상사 3명을 성추행 혐의로, 또 다른 상사 1명을 특수유사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조사에서 이 직원은 상사 3명이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회식 장소와 사무실 안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고, 특수유사강간 혐의를 받는 상사의 경우 지난달 29일 자신의 집에 들어와 폭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포스코는 지난 23일 김학동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날 포항제철소 부소장과 그룹장이 ‘사과를 하겠다’며 집을 찾아가 ‘만나 달라’고 요구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 21일 포스코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직권 조사를 통해 사업주의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입건이나 과태료 부과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건 피해자와 관련 직원에 대한 직·간접 관리 책임이 있는 임원 6명을 중징계했다”며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직원 4명에 대해선 경찰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달 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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