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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미 남부국경 참사는 '진행형'…하루 밀입국 시도 2만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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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접경 '찜통 지옥' 트레일러서 시신 46구 발견

'데자뷔' 돼버린 비극…바이든 친이민정책에 밀입국 폭증

연합뉴스

'시신 46구 발견' 美 불법이민 참사 현장 떠나는 구급차
(샌안토니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된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에서 구급차 한 대가 떠나고 있다. 2022.6.28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미국 남부 국경에서 밀입국 이주자로 추정되는 이들 60여명이 집단 사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에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에서 지금까지 사망자 46명, 부상자 16명이 나온 이번 참사는 그 형태로만 보면 과거 사건의 판박이 같은 재앙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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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악의 불법 이민 참사…트레일러에서 시신 46구 발견
(샌안토니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에서 경찰들이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된 대형 트레일러 인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2.06.28 ddy04002@yna.co.kr



◇ 트레일러 문 열자 시신 무더기…'찜통 지옥'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철도 선로 옆 수풀가에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이날 오후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서장은 "근처 건물 근로자가 도와 달라는 비명을 듣고 경찰에 신고한 시간이 오후 5시 50분쯤"이라며 "출동한 직원이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트레일러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트레일러에서 시신 46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16명은 온열질환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찰스 후드 소방서장은 이들 몸에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고 탈수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날 샌안토니오 한낮 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다. 습도도 높아 트레일러 안은 말 그대로 '찜통'을 방불케 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트레일러 내부에서 식수는 없었고, 에어컨 작동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사상자들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이주자로 추정된다며 경찰과 함께 정확한 신원과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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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 찾은 주민들
(샌안토니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최악의 '트레일러 이주민 참사' 현장을 찾은 주민이 서로 끌어 안은채 슬픔을 달래고 있다. 2022.6.28



◇ 잊을 만하면 반복…5년 전 참사와는 '판박이'

사상자 규모로만 보면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민자와 관련해 최근 발생한 참사 중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사건은 불과 5년 전에도 비슷한 형태로 일어난 적 있다.

2017년 7월 샌안토니오에서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신 불법 이민자 90여명이 탄 트레일러에서 10명이 숨졌다.

몇 시간 동안 사망자들은 냉방장치가 고장나 오븐처럼 달궈진 차 안에서 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해 질식, 호흡곤란,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신매매단과 연관된 이 사건과 관련해 운전자는 종신형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2016년 10월에도 멕시코 베라크루스에서 55명의 불법 이민자를 싣고 미국 국경을 넘으려던 트럭에서 4명이 질식사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에는 20명 이상 불법 이민자를 태운 픽업트럭이 텍사스 골리애드에서 나무 두 그루를 들이받아 15명이 사망했다.

2003년 5월에는 텍사스 빅토리아 인근에 있던 트레일러에서 중남미 밀입국자 100여명 중 19명이 숨진 적이 있다.

당시 뜨거운 트레일러에 갇혔던 탑승자들은 호흡 곤란 증세에 차 벽에 구멍을 뚫어 차례로 숨을 쉬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검문을 두려워한 미국인 운전사가 트레일러를 떼어놓고 달아나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6월에는 불법 이민자들을 태운 SUV가 경찰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사고를 내 6명이 숨졌고, 지난해 3월과 8월에도 차량 추돌 등으로 26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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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으려다 붙잡혀 다시 멕시코로 향하는 이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바이든 친이민정책에 폭증…하루 최소 '1만8천명'

최근 들어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뻗은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가려는 이들의 숫자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이하 집계 연도 기준) 97만여명, 2020년 45만여명이던 불법 이민자는 지난해 170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도 벌써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작년 대비 30%가 늘어났다고 NYT는 전했다.

미 당국은 하루에 최소 1만8천명이 남부 국경을 통한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미등록 이민자 대다수는 멕시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몰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민을 시도하는 가장 큰 동기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유행과 자연재해 등으로 악화한 경제 사정이 꼽혔다.

범죄조직과 부패한 경찰 때문에 극도로 불안한 치안도 피란민을 쏟아내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최근 밀입국이 급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민자 정책에 따라 느슨해진 국경통제도 지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경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고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으로 일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이민자에 상대적 포용 입장을 밝힌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 밀입국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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