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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업發 인플레 쓰나미…하반기 가전·車 가격 줄줄이 오른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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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61% "물가 더 오르면 가격인상으로 대응"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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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오현길 기자, 최대열 기자, 정동훈 기자] 하반기 자동차에서부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접하는 대부분의 제품·서비스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원재료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으로 기업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추가 물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체 기업의 69%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
28일 한국은행의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69%)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제품 및 서비스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판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절반 이상(55%)은 연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5월12일∼6월2일 전국 570개 업체(제조업 343개·건설업 30개·서비스업 197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것은 원재료 및 임금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 일부도시 봉쇄발 물류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86%가 올해 하반기 물가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61%는 향후 물가상승에 대해 가격인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해 하반기 제품 가격 줄인상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한국전력이 3분기 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데 따른 철강가격 인상이 점쳐진다. 한국전력은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인상키로 했다. 지난해 산업계의 전력사용량은 29만1333GWh로, 1㎾h당 전기요금이 5원 늘게 되면 약 1조4567억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한다.

대표적인 전력다소비 업종인 철강업계는 상당한 부담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 저감 추세에 따라 전기로 비중이 늘어나면서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전기요금의 비중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인상률은 원가에 그대로 반영돼 수익성을 방어하려면 철강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강가격이 오르면 자동차나 선박, 건설, 기계설비, 가전 등 다른 제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따라온다. 이미 완성차 가격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인기차종의 경우 1년 이상 기다려 살 수 있는터라 완성차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격을 더 올려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 됐다.

가전, 자동차, 타이어...안오르는게 없는 하반기
테슬라는 이미 올해 들어 세 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수 차례 가격을 올려 가장 싼 모델3 후륜구동도 70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1000만원, 2019년 출시 초기와 비교하면 3000만원가량 올랐다.

국산차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한다. 다음 달부터 연식변경모델 주문을 받는 현대차 아이오닉5는 배터리 용량이 늘고 일부 사양이 추가되면서 가격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내달 공개되는 신차 아이오닉6는 5000만원대 중반 정도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기존 전용전기차에 견줘 500만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그랜저나 아반떼 등 주요 차종별로 연식변경모델을 내놓으면서 수십, 수백만원씩 올렸는데 하반기에는 가격인상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 가격도 당장 다음달부터 올라간다. 한국타이어가 다음달 1일부터 버스와 트럭용 타이어 가격을 5~10% 인상하기로 했고, 금호타이어도 다음달부터 버스와 트럭용 타이어 가격을 3~7% 인상한다. 이미 수입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을 마무리했다.

가전업계도 하반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당장 제품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동일제품에 대한 출고가를 인상하지는 못하더라도 중간 유통사에 제공하는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줄여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되면 유통사들이 줄어든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을 반영해 예전처럼 가전제품 판매 촉진을 위한 대규모 할인이나 기획판매를 줄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같은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가전 재고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둔화하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출고가를 올리기가 힘들지만, 마케팅비를 줄이는 간접적인 방법이 활용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격은 올라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경제 악순환 우려..정부가 역할 해야"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이 이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자칫하면 악순환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원자재 가격, 고금리, 고임금으로 생산단가가 높아지니 생산과 소비가 모두 줄고, 임금은 계속해서 오르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라며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기업은 제품서비스 가격인상을 미룰 수 있도록 각 경제주체를 잘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제품,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비용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한국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거센 가운데 경기 부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스테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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