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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왜 나만 돈 잃지?” 주식·코인시장 ‘패닉’에 정신과 찾는 ‘203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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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벌었다는 사람은 많은데, 나는 빚더미에 내몰렸다.
가상화폐 투자자 박모(32)씨


올해 코인 투자에 나섰던 박모(32)씨는 최근 마진 투자로 큰 손실을 보면서 우울증에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투자했던 코인이 폭락하더니, 빚까지 내 들어간 ‘숏배팅(코인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배팅하는 투자)’은 강제로 청산된 것이다. 돈을 벌겠다고 코인 투자에 나섰지만, 결국 남은 건 1억원 상당의 빚 뿐이다.

박씨는 “올해 초부터 코인 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해 내 자산도 어느새 반토막 났다”며 “돈까지 빌려 가며 물타기를 했지만 잘 안 됐고, 코인 선물투자에도 뛰어들었지만 그나마도 포지션을 잘못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잘 벌었다는 인증 사진을 올리는데 왜 나만 잘 안 되는지 생각하다 우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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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의 폭락으로 대출까지 끌어다가 투자했던 청년들이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난 지난 5년 사이 ‘2030′ 청년층에서 우울증 환자가 급증했는데, 올해 들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청년이 더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을 통한 투자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환자수는 93만3481명으로, 5년 전인 2017년 69만1164명보다 35.1% 증가했다. 특히 20대 환자 수는 2021년 17만7166명으로, 5년 전인 2017년 대비 127.1%나 급등했다. 2020년부터는 우울증 환자 가운데 2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신과 전문의 등은 작년보다 올해 청년층 우울증 환자가 더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비트코인이나 주식 투자 실패에 따른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30대들이 2017년부터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이 찾아오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투자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 탓이 크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투자 실패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년들이 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미디어에서도 책임감 없이 투자 심리를 부추기니 청년들이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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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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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주를 위주로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이모(28)씨도 최근 투자금 손실로 인해 불안증세로 정신과를 다녀왔다. 이씨는 “지난해 직장에 들어가고 저축으로는 돈이 잘 불어나지 않아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주식을 잘 알지 못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했는데도 손실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1월 3일 7만8600원에서 이달 17일 5만원선으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12만8500원에서 9만6400원으로 주저앉았다.

청년세대 투자와 관련해 상경계 교수는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는 이른바 ‘영끌’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인상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이야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식시장은 최고점 대비 30%, 가상화폐 시장은 80%까지 폭락했다”며 “2030세대들은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의 급등과 급락을 동시에 경험한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미국이 향후 2년 동안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무조건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송복규 기자(bgsong@chosunbiz.com);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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