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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헤어질 결심’,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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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의 대사를 빌려본다. 영화를 접하다보면 파도처럼 덮치는 영화가 있고, 물에 잉크처럼 퍼지는 영화가 있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이 전자라면 ‘헤어질 결심’은 완벽한 후자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멜로 영화.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망자의 아내와 사건 담당 형사로 호흡을 맞춘 탕웨이와 박해일은 의심과 관심을 오가는 관계의 변화 속 두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수사극과 멜로극이 결합한 신선한 전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박 감독이 탕웨이와 박해일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한 만큼 첫 연기 호흡이라고 믿기지 않는 탄탄한 시너지를 보였다.

한국어가 서툰 서래는 ‘단일한’, ‘마침내’, ‘운명하셨습니다.’ 등 익숙한 단어들을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예상치 못한 표현으로 매 순간 긴장감을 자아낸다. 한국어의 맛을 곱씹게 되는 순간이다. 또 스마트폰 통역기 앱을 사용한 서래와 해준의 색다른 소통 방식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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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의 말처럼 폭력, 정사 장면, 노출이 없다. 전작들이 특유의 감각적이고 강한 연출을 관객의 눈앞에 바짝 들이대는 식이라면, ‘헤어질 결심’은 해준과 서래의 주고 받는 감정을 보여주고 관객이 스스로 궁금증을 갖고 파고들게 만드는 형태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호흡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박찬욱표 미장센’이다.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를 함께한 세계적인 제작진이 완성한 다채로운 미장센은 또 하나의 주인공. 경찰서, 서래와 해준의 집과 사무실 등 각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부터 동해와 서해를 넘나드는 로케이션까지 눈이 즐겁다. 초록색(산)으로도, 파란색(바다)으로도 보이는 ‘청록색’은 영화의 큰 줄기다. 해준의 셔츠, 넥타이, 서래의 집 벽지와 소파, 재떨이, 땅을 파는 버킷은 물론이고 새벽의 아파트 색감까지. 스쳐지나갈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색을 맞춰 신비롭고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의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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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사무실 계단에서 대화하는 해준(박해일)과 후배 수완(고경표), 달리는 범인을 쫓다 지쳐 계단에 쓰러진 수완, 서래를 지켜보는 해준 등 영화 곳곳에서 ‘이런 화면 구도가 나오다니’ 싶은, 정형성에서 탈피한 박찬욱표 미장센이 줄을 잇는다.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역시 깐느박’이란 말이 나온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CJ ENM 제공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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