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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플레 악순환' 우려한 부총리의 '당부'…"대기업 임금인상, 자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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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찾은 추경호, CEO들과 간담회…시종일관 온화한 자세

"임금인상 자제" 당부 뒤 경청모드…'물가 비상인식' 발현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2.6.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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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근 일부 IT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 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여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추경호 부총리)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물가 인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도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손경식 경총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아 '임금인상 자제'를 당부한 것은 최근 고물가 상황을 가능한 한 완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을 부추기고, 고임금이 다시 고물가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면 물가를 낮추기 위한 어떤 정책 수단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을 방문해 경총 회장단과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장은 추 부총리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낮은 템포의 재즈 음악이 흐르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예정 시각에 맞춰 회담장에 들어선 추 부총리는 깔끔한 감색 정장에 하늘색 셔츠, 옅은 분홍색 타이를 받쳐입은 차림이었다.

추 부총리는 회장단을 대하면서 시종일관 온화한 태도였다. 미소를 지은 채 회장단과 한명 한명 눈을 마주치고 악수하며 몸을 숙였다.

현대차·CJ·LG·쿠팡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을 이끄는 임원들도 추 부총리와 인사를 나누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최근 엄중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착석 이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발언에 임했다.

그는 지난달 취임 직후부터 고물가와 잠재성장률 하락,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우리 경제에 대한 비상한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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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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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 부총리 발언의 최대 화두는 단연코 '물가와 임금'이었다.

그는 "(기업이)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 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이것은 결국 우리 경제 사회 전체에 어려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IT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 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며 "소위 잘나가는, 여력이 있는 큰 상위기업을 중심으로 성과보상, 인재확보라는 명분 하에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 주시고,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으로 임금인상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미리 정해진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는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덧붙이면서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이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추 부총리는 자신의 준비된 발언을 남기는 것보다, 주로 회장단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업의 어려움을 수시로 듣고 개선하는 데 주력할 테니, 기업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 달라는 게 애당초 추 부총리의 요청이었다.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는 결국 투자 중심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성장해야 한다"며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상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래 주머니, 부담 요인을 털어드려야겠다"며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던 그런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믿어 주시라"고 호소했다.

추 부총리는 간담회 이후엔 기자들과 만나 '고임금이 물가 상승을 심화한다는 데이터 기반 증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라고 답변했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물가 상승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이고 인플레를 더 부채질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라며 "미국도 (물가와 임금의 악순환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꾸 이런 식으로 IT나 대기업의 임금인상이 확산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러면 물가 안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전부 물거품 아닌가. 그런 악순환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고임금 추세가 대내적 물가 자극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상승세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단,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를 통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임금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금을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적정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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