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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등장한 두창 백신… “15번 찌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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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맞고 또 맞아…의료진이 준비하고 있어야”

세계일보

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본관에서 원숭이두창 환자를 진료할 김영환 외상센터장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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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찌를 겁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8층. 의료진이 이 병원 전재현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의 왼쪽 팔뚝에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분지침’을 찔러넣었다 뺐다. 피부에 상처를 내 두창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접종 후 전 센터장의 팔에는 붉은 자국이 생겼다. 의료진은 넓은 거즈로 덮어 마무리했다.

전 센터장은 “어렸을 때 두창 백신을 맞았을 때 고름이 많이 나와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며 “커서 다시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특성상 원숭이두창 환자가 내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모르는 새 노출될 수 있어 접종하게 됐다”며 “의료진이 책임감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백신을 맞은 이한나 감염격리병동 간호사는 “잘 모르는 백신이지만 환자를 봐야 하기에 맞게 됐다”며 “생각보다 안 아팠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는 접종부위 통증 등이 있었는데 두창 백신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사람 두창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두창 백신 접종이 재개된 것은 1978년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에는 생후 2∼6개월에 1차, 5세 2차, 12세 3차 접종을 진행했고, 1979년생부터는 접종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국내에도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관 중이던 백신이 다시 꺼내진 것이다. 이날 의료진이 맞은 2세대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 대상은 감염내과, 비뇨기과, 피부과 등 직간접적으로 원숭이두창 환자와 만날 수 있는 의료진 중 신청자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을 포함해 세종충남대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의료진 등 약 20명이 접종을 신청했고, 문진을 거쳐 최종 9명이 접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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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의료진이 동결건조된 원숭이두창 백신에 첨부용제를 넣어 섞은 뒤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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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창 백신은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주사를 맞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를 배양해 말린 가루에 용액을 혼합한다. 한 바이알당 100명이 맞을 수 있다. 보통 주사 전 접종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소독하지만, 두창 백신은 백신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알코올 솜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차이점이다. 분지침 끝에 용액을 묻혀 15회 찌른다.

접종 후 발열, 발진 등 일반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접종부위를 손을 긁은 뒤 손을 씻지 않고 눈 등을 만져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접종 후 약 일주일 동안 접종부위에 수포가 생기고, 고름이 나온 뒤 딱지가 난 뒤 떨어지는 과정을 거치면 제대로 접종이 된 것이다. 수포·고름 과정에서는 거즈를 1∼3일에 한번씩 갈아줘야 한다. 또 수포·고름을 통해 다른 사람에 전염될 수 있기에 목욕탕, 수영장 등 이용은 절대 안 되고, 가족과도 수건을 따로 쓰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선천성 또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 △심질환 또는 심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 중인 안질환자 △습진이 있거나 병력이 있는 환자 △생수 12개월 미만 영아 △임부·수유부 등은 두창 백신 금기 대상이다.

필수의료진 외 방역 당국은 일반인에 대한 두창 백신 접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원숭이두창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중위험 이상 그룹에 대해서는 희망할 경우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중위험 이상 접촉자는 확진자와 성접촉을 했거나 확진자의 동거인, 보호구 없이 확진자를 진료한 의료진 등을 말한다.

다음달 3세대 두창 백신이 도입되면 접종 편의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달 500명분을 들어올 계획이다. 3세대 백신은 2019년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 허가받았다. 일반적인 주사 방식이다.

전 센터장은 “원숭이두창은 피부병변과 맨피부를 직접 부대끼지 안는 한 걸릴 가능성이 작기에 일반인이나 일선 검역소 등 의도하지 않게 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직종이 다 맞을 필요는 없다”며 “국내 유입 상황에 따라 확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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