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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우리는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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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민주노총 최저임금 설문조사 발표 및 현장 증언 대회 열려

“월급 빼고 다 올라… 최저임금 동결 시 거리에 나앉게 돼”

최저임금 결정 시 고려 기준 1위는 ‘노동자와 가족 생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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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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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일은 2018년도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 요양보호사 일을 구할 때 (시급이) 1만50원 정도였는데, 보통의 최저시급보다 높아서 많이 주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최저시급에 주휴수당과 연차까지 포함된 그야말로 딱 ‘최저’임금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이미영 인천지부장은 27일 ‘최저임금 전국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 지부장은 “재가요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이라고 했다. 그는 “재가요양은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시거나,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으로 입소하시거나, 가족이 와서 돌본다고 하는 등 여타의 경우가 닥치면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중단됩니다. 그럴 때 저희는 센터에서 다른 곳을 연계해주길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거나 다른 센터를 찾아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때 퇴직금은 꿈도 꿀 수 없고, 실업급여도 적용되지 않으며, 만 3년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장기근속수당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가요양을 온종일 해도 월급이 130만원대”라면서 “소위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할 정도로 이미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 이런 근로 형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이 동결된다면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계비 보장해야”

이날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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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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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종일 비닐하우스에서 깻잎 따는 이주여성 노동자,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어업 이주노동자,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등 모든 업종의 이주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사업주들이) 기준미달 숙소를 제공하면서 20∼30만원 숙소비를 떼갑니다. 노동부가 만든 숙식비 징수 지침 때문에 최저임금이 대폭 깎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어업에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11∼12시간 일해도 계약서에 2∼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잡아놓아서 (제대로 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 63조 때문에 연장근로 수당도 못 받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주노동자가 가장 하층의 노동을 통해 한국에 기여하는 게 많지만, 이주노동자가 받는 것은 최저임금 이하 수준”이라며 “이주노동자도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임금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이주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원에서조차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조영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법원지부장도 “대한민국 각급 법원 99곳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 약 1500명의 기본급은 최저시급 9160원보다 낮습니다. 1∼2년차 시급 8770원, 3∼4년차 8950원, 5∼7년차 9120원입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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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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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본급을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임금에 식비를 산입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지부장은 “법과 정의를 지키는 사법부에서조차 이런 ‘악법’을 이용해서 법원 공무직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기본급을 지급한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겁니까”라고 규탄했다.

기재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전용학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국립중앙박물관분회장은 “우리 국립박물관에는 1000여명의 공무직이 있고, 그중 770여명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2022년 올해 최저임금이 5.1% 인상됐지만, 기획재정부는 일방적으로 총액인건비 1.4∼2.1%,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1.6%를 인상 편성했습니다”라면서 “기재부에 묻고 싶습니다. 최저임금이 5.1% 올랐는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1.6%만 증액해주면 나머지 3.5%의 부족분은 어떻게 하란 소립이니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너무도 절박한 생존의 요구,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간절한 요구, 노동자 간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상식을 관철하기 위한 요구, 사람이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합니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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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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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1만530∼1만1480원 적절”

증언대회에 앞서 민주노총은 노동자 3명 중 1명이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수준을 1만530~1만1480원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9160원) 대비 약 15∼25% 오른 수준이다.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33.1%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530~1만1480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9570~1만530원(25.9%), 1만2440원 이상(18.2%), 1만1480~1만2440원(16.0%), 9570원 미만(6.9%) 순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기준을 묻자 노동자 50.0%가 ‘생계비’를 꼽았다. 생계비 중에서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비’가 35.4%, ‘노동자 개인의 생계비’는 14.6%였다. 물가상승률도 34.7%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5%대로 치솟으며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이 대두하는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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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분기에 4인 가족 식비가 두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주요국 수출 제한 조치 등의 여파로 먹거리 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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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노동자 85.4%는 올해 최저임금으로는 본인과 가족이 생활하기에 부족하다고 답했다. ‘매우 부족하다’가 42.0%, ‘부족하다’가 43.3%를 차지했다. ‘적당하다’는 의견이 10.0%였고, ‘충분하다’와 ‘매우 충분하다’는 각각 2.3%, 2.4%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이달 7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노동자 17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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