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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中 자동차 산업 굴기에···韓, 수출 추월당했다[뒷북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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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 中 96만대 VS 韓 90만대 수출

中 정부, 법 바꿔 테슬라 공장 유치

해외 시장 공략할 기술·품질 갖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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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동차 수출 대수가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섰다. 그간 ‘질 낮고 저렴한 차’로 인식되던 중국산 자동차는 기술력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곳곳을 조용히 공략하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중국은 96만 9000대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90만 3245대 수출에 그치며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중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량은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100만 대를 겨우 넘겼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는 99만 5000대까지 수출량이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중국은 2배가 넘는 201만 5000대를 수출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 실적은 2014년 306만 3000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2020년에 188만 6000대까지 내려앉은 수출량은 지난해 소폭 반등해 204만 대를 기록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수출량을 추월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5개월 만에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해외 공장에서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국에 수출 선두를 내준 것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유치, 합작 기업 설립을 통한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확보, 발 빠른 신에너지차(친환경차) 육성 등 세 가지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국가 역점 사업으로 선정해 강력한 지원책을 편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중국산 전기차는 신흥국을 넘어 선진 시장으로도 판매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 제조사의 수출 가운데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9%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25%까지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전기버스 판매량의 37%를 중국산이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량이 3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은 독일을 넘어 글로벌 2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382만 대를 판매하며 수출 1위를 유지한 일본의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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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찍이 해외 기업 유치에 공들였다. 테슬라 공장 유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은 테슬라는 2018년 상하이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당시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이른바 ‘테슬라 투자법’이라고 불린 외국인투자유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테슬라가 외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분 100%를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저금리 대출과 각종 세제 혜택도 지원했다. 정부의 행정 지원으로 테슬라는 1년 만에 공장 준공부터 양산 허가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테슬라는 중국의 수출량 증대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테슬라 전기차는 총 96만 3600대였는데 상하이 공장에서 51%에 달하는 48만 4000대를 인도했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중국의 전체 신에너지차 수출 물량(17만 4000대) 가운데 절반 이상인 9만 6000대가 테슬라 차였다.

합작 기업 육성도 자동차 산업 굴기를 위한 중국 정부의 전략이었다. 중국 정부는 기술 확보를 위해 1994년부터 자동차 생산 기업의 외국 회사 지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내주는 대신 기술을 얻고 외국 회사는 거대한 시장에 진출하는 ‘윈윈 전략’이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는 사이 외국 회사와 합작한 토종 기업은 기술력을 쌓았다. 자국의 자동차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판단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 외국 지분 제한을 없애고 자동차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은 당국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조치”라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중국 전반의 자동차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고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등 전기차 내수 확대까지 유도했다. 배터리를 비롯해 부품 산업까지 친환경차 시대에 맞도록 육성하며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전기차 업계는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기술력을 상당한 수준까지 높였다”며 “해외 시장을 공략할 정도의 품질을 갖췄기 때문에 이제 중국을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자국 내에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중국 제조사와 달리 국내 제조사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시장의 고질적인 노동 경직성, 낮은 생산성, 해외 대비 부족한 세제 혜택 등이 추가적인 국내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서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을 펼쳐 성과를 거뒀다”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 세율도 내렸고 R&D 인력도 대거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 부문에서도 중국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민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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