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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행안부, 경찰국 신설 강행… 청장직 던진 김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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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조속히 추진… 7월 15일 최종안”

김창룡 “제도 근간 변화시키는 것” 사퇴

대통령실 “공식 사표 안 내… 법따라 결정”

경찰 제도개선안 내용은

“靑이 행안부 패싱… 직접 경찰 통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폐해”

장관 지휘 ‘필요 최소한 조직’ 신설

감찰·징계 개선은 논의 거쳐 입법

경찰제도발전위 구성도 조속 추진

“근조 리본” “조기게양” 반발 목소리

사의 수용 땐 윤희근 직무대행 체제

정치권도 거센 공방

與 “청장이 자기정치”

野 “행안부 장관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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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 장관(왼쪽), 김창룡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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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27일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내부 조직을 빠른 시일 내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통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김창룡 경찰청장은 사의를 표명하는 등 14만 경찰 조직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해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국회의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내용부터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안과 지휘규칙 제정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토론회·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경청하고 7월1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와 관련해 범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요구해 온 김 청장은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행안부 자문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권고안은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행 경찰법 체계는 그러한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문위 권고안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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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의 사의에 이 장관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지난 주말 김 청장과의 통화에서 경찰제도 개선에 대한 우려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한 개선안과 관련해서는 “청장님도 상당 부분 수긍했다”고 말했지만, 김 청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양측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김 청장 사의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청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사표를 내지는 않았다”며 “사표를 내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부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결정을 미루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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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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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법령 따라 지휘시스템 재정비… “비정상의 정상화”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행정안전부를 통해 지휘·견제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행안부에 경찰국(가칭)을 설치하고 지휘규칙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권의 경찰통제라는 논란이 일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국 설치가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이며 행안부가 손을 놓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못 박으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기존엔 행안부 ‘패싱’… 법 따라 시스템화”

이날 ‘행안부를 통한 경찰 지휘’의 당위성을 말하는 이 장관의 어조는 강경했다. 이 장관은 과거 청와대가 직접 경찰을 통제해 행안부 장관을 ‘패싱’했다며, 윤석열정부는 오히려 헌법·법령에 따라 지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결코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그동안 담당자들이 직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 장관의 지시로 구성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 중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한 것부터 추진한다.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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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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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설치에 대해 이 장관은 헌법·법령에 따라 ‘대통령-국무총리-행안부 장관-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청와대가 행안부 장관을 건너뛰고 경찰청을 직접 지휘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역대 정부에서는 BH(청와대)가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행안부를 ‘패싱’했다”며 “민정수석실·치안비서관 등에 파견된 수십명의 경찰공무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청와대가 경찰과 직거래한 폐해를 보여준 사례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들었다. 경찰 반발에 대해서는 “사실 경찰 조직 신설을 불쾌해해야 하는 곳은 대통령실”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할 수 있었던 권한을 다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역으로 공격했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은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할 필요최소한의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며 국정운영의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경찰국 신설 위법 아냐… 제도 개선 시급”

이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민정수석·치안비서관을 없앴기에 현재 경찰을 지휘·견제할 조직이 ‘완전 공백’이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찰권이 커진 것도 경찰국 신설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 장관은 “경찰은 치안·경비·교통·정보·수사 등 국민의 일상에 밀접하게 연관된 권한뿐만 아니라 수사와 정보 분야를 사실상 독점한다”며 “최근에는 대공 분야, 군 입대 전 범죄행위 수사까지도 독점하게 돼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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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소재 경찰청 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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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경찰청 독립으로 폐지된 내무부 치안본부가 31년 만에 경찰국으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조직의 규모·위상·역할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행령을 통한 경찰국 신설이 ‘꼼수’라는 지적에는 현행 정부조직법으로 가능하다고 논박했다.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행안부가 대통령의 경찰 관여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나 사회적 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지휘규칙에 정책·예산·인사 보고 등 담길 듯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과 병행해 제정할 경찰청장 지휘규칙에는 기존 7개 부처 사례와 유사한 내용을 담기로 했다. 각 부처들은 정책사항 승인·보고, 예산·인사 보고, 법령 질의·회신 경유 등을 지휘규칙에 포함했다.

행안부는 내달 15일까지 경찰국·지휘규칙 관련 최종안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달 안에 경찰국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대한 감찰·징계 개선은 법률 개정이 필요해 입법 과제로 추진한다. 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을 위한 후보추천위 설치, 수사인력 증원 등 중장기 과제는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다. 이 장관은 경찰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앞으로 각 지역 일선 경찰을 순회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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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독립선언문 발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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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 김창룡 청장 사의에 술렁 “정치적 중립 훼손 ‘경찰국’ 철회하라”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권고안이 나온 지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청장은 그간 자문위 권고안에 반대하며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요구했는데, 이를 관철하는 데 실패하자 조직 내부적으로는 책임을 지고 외부로는 저항의 의미에서 전격 사의를 표했다는 분석이다.

27일 경찰 안팎에서는 김 청장이 사의를 결심한 것은 주말 사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의 통화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청장은 지난 21일 행안부 자문위의 권고안 발표 후 이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불발된 면담을 지난 주말에야 전화통화로 대신했는데,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 청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면서 “경찰은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심도 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이 장관은 직접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30년간 경찰 조직이 변화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비대하고 권력과 가까웠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은) 지금도 늦었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양측의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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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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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경찰 고위직 인사 번복 사태까지 터지면서 김 청장은 조직 바깥으론 정부와 충돌하고, 안에선 일선 경찰의 반발에 부딪히는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면서 ‘경찰 책임론’이 형성된 것도 김 청장의 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선 지난주까지 거취와 관련해 말을 아끼던 김 청장이 전격 사의를 표하자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과 함께 뒤숭숭한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제복에 근조 리본을 달자”거나 “경찰기를 조기 게양하자”는 등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국현장 경찰관 일동’이라고 밝힌 경찰들은 행안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와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 등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는 김 청장의 사의를 “법과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사의를 수용하더라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임기가 26일 남은 김 청장의 사표가 실제 수리될지는 미지수다. 김 청장은 공식적으로 사표를 내지 않은 채 연차휴가 중이고, 윤 대통령은 다음달 1일까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다. 최근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의 감찰 여부도 김 청장의 사표 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경찰청은 윤희근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의 차기 경찰청장 인선 절차는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차기 경찰청장으론 윤 차장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가운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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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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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청장이 자기정치” 野 “행안부 장관 탄핵”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27일 여야는 김 청장과 윤석열정부를 각각 질책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김 청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고,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청장이 임기를 불과 20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는데, 하필 그 시기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원 부서 신설 기자간담회 이후인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경찰 지원국을 훼방 놓고 자기가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와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찰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도 주최 측 추산 약 60명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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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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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 황 의원은 “경찰국 신설이 현실화되면 전국의 경찰관,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할 당시, 또 그 전년도에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당시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경찰국 신설은 법에 위배되므로 탄핵 소추 사유”라고 강조했다.

권구성·송은아·이창훈·박지원·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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