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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감세로 국가 수입 줄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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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켜진 재정 건전성

비기축 통화국으로 정부 채권 수요 적고

저출산·고령화로 국가빚 급증 우려 높아

세금 들어가는 적자성 채무만 2022년 682조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시행 ‘발등의 불’

법인세 인하로 당장 경기회복 ‘미지수’

사회적 약자 복지 제외 씀씀이 줄여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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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낮은 수준이며, 향후 재정준칙 시행은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

지난 4월21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국가채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한국에서 한동안 확장재정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재정준칙 시행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으며 급증세를 보였지만 향후 재정준칙을 비롯한 재정 건전성 방안이 조속히 확립된다면 재정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윤석열정부 역시 올해 하반기 강력한 재정준칙 마련을 예고한 상황이다. 문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최근 발표된 각종 감세 정책만 부각될 뿐 재정 건전성 이행 방안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관련 복지 예산을 줄이지 않으면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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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비기축 통화국에 저출산·고령화 심각… 국가채무 증가에 취약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은 비기축 통화국이면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기축 통화국이 발행한 정부채권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국제 투자 수요가 많은 반면, 비기축 통화국인 한국이 발행한 정부채권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도 비기축 통화국일수록 정부채권의 위험도가 늘어나고, 리스크 프리미엄 및 이자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기축 통화국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을 보이더라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2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기축 통화국의 채권은 안전자산으로 생각을 해서 상당히 수요가 많고, 또 직접적으로 투자할 때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굉장히 많다”면서 “우리나라는 기축 통화국에 비해 채권을 덜 발행해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달러는 아무리 발행해도 계속 살 사람이 있지만, 우리 원화는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의 고질적 문제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복지 관련 예산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국가채무 관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채무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국가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나뉜다. 금융성 채무는 융자금(국민주택기금) 등 대응 자산이 있어 상환을 위해 별도로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순전히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적자성 채무의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적자성 채무는 2018년 379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9년 407조6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20년 512조7000억원, 지난해 60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고, 올해 682조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체 국가채무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8년 55.7%에서 올해 63.8%(제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예상치)로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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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조정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논의 더 이뤄져야”

문제는 새 정부가 건전 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감세 정책을 펴고 있어 이행 수단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각종 조세 감면으로 경기가 활성화하면 장기적으로 세수가 증가하게 되고,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혁신도 병행해 건전 재정 기조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이 복지 부문에 집중될 경우 전례 없는 복합위기에 허덕이는 서민 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재정 건전성 확립 방안과 관련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 정책의) 방향 자체는 맞다”면서도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세수가 늘어나는 건데, 경기 침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당장은 세수가 늘어날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현재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예산을 제외하고는 전임 문재인정부 시절 늘어난 지출에 대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국가채무가) 당장은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정부 지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효율화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일까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새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와 관련해선 “단기적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면서 “그 부분도 현재로선 불확실한 만큼, 증거 기반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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