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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폭락장에 다시 들끓는 공매도 금지 여론...금융위 “금지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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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낙폭을 키우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공매도 이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는 만큼 실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달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공매도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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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는 연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이지만, 그중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유독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전 세계 주요 지수 40개 중 코스닥(-16.01%), 코스피(-11.89%)지수 하락률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주요국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공매도에서 찾으려는 여론이 생겨났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처럼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 추가 낙폭을 막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공매도는 지난해 5월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부분 허용되고 1년이 지난 상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주축으로 한 일부 개인들이 공매도로 인한 손실을 항의하고,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면서 야당에서는 이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이 뒤따랐다. HLB(028300) 등 소액주주 단체들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에 공매도 관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불법 공매도가 의심된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에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가 폭락으로 힘없이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이 고조된다”며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이들이 숨 쉴 공간이라도 열어주자”고 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선거 후보 당시에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공매도 개선 등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내놨었다.

앞서 15일 증권가에서는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공매도 금지 정책 전까지는 진바닥을 알 수 없다’는 제목의 리포트에 공매도를 금지하면,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과거 2020년 3월, 2011년 8월 공매도 금지 이후 증시 추이를 비교 분석한 자료가 근거로 제시됐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해 5월부터 공매도 거래가 재개됐고, 지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지수 변동성 확대 시기에 수급의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매도 증가는 지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수 바닥을 가늠하는데 공매도 금지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공매도와 지금의 폭락장의 상관 관계를 비롯해 공매도 금지 실효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정부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6월 지방선거 등으로 본격적인 논의 시기를 미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경기 변동 사이클에 다른 나라보다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하락장에서 공매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데다 시장이 경기라는 변수에 의해 오르내리는 상황인데 공매도 금지가 필요한 조치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0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유가증권 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4월 4260억원에서 지난달에는 4780억원으로 늘었다. 유가증권, 코스닥 시장을 모두 합친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해 4분기 26조원에서 올해 1분기 29조원대로 증가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달 22일 기준 최근 1개월 일평균 공매도 금액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있었던 2020년 3월 기준 직전 1년 일평균 공매도와 비교해 30% 정도 증가했다”며 “하지만 현재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2020년 초와 비교해 31%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 규모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이 빠지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공매도와는 관계가 없는 만큼 금지 등 별도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며 “결국에는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공매도보다는 증시를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 살펴보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상황이 아니라서 금지한다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4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증시점검회의’를 갖고 “과도한 불안심리로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되면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상황별로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치 방안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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