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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영준 "'우리들의 블루스' 주인 된 느낌에 감동, 최애 드라마 바뀌었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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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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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푸릉마을 사람들이 운동장에 모여 구슬땀을 흘린다. 치열한 이인삼각 경기에 열띤 응원이 쏟아진다. 부산한 움직임에 모래바람이 일지만, 그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터트린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노희경 극본·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연출) 마지막 회의 한 장면이다.

극 중 방호식 역을 맡은 배우 최영준은 이러한 엔딩을 촬영하면서 자신이 작품의 주인임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박)지환이랑 점심 먹고 운동장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데 우리가 여기 주인이더라. 그렇게 느껴지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데, 주인 같은 작품이 또 있을까 싶더라. 너무 좋았다”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이토록 작품에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꼭 닮은 캐릭터다. 그는 “호식이가 내 본체에 가깝다. 공연할 때도 늘 칭찬받았던 역할이 이런 역할이었다. 표현이 쉽진 않았지만 접근하기에는 쉬웠다. 젠틀하게 양복 입고 넥타이 매는 캐릭터는 불편한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연기하기 좋았다”고 밝혔다.

방호식은 딸 방영주(노윤서 분)를 홀로 길러낸 아버지다. 가난이 싫어서 도박에 빠졌고, 아내는 도망쳤다. 배곯이를 견디다 못해 밥솥 바닥을 긁는 딸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딸은 우등생으로 자랐다. 평안한 노후를 꿈꿀 때쯤 속 한번 썩인 적 없는 딸이 임신한 것도 모자라, 아이를 낳겠다고 큰소리친다. 설상가상 아이의 아빠는 앙숙 정인권(박지환 분)의 아들 정현(배현성 분)이다. 글로만 봐도 갑갑한 상황이다.

“격한 감정신들을 일주일 안에 다 친 것 같다. 내내 괴롭거나 답답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배우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있지도 않는 일로 괴로워하는 것도 행복하다. 배우들이 받는 돈은 다 고민값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건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다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딸의 임신을 받아들이고 ‘병원 가’라고 말하기까지 과정이 나한테 엄청 중요했다. 그 뒤야 몰아치니까 어떤 배우가 했어도 잘했을 텐데, 앞은 내 연기고 내 몫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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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주가 방호식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자 때마침 선풍기가 고개를 떨군다. 다시 들어 올려보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곤두박질친 방호식의 심장처럼 이내 머리를 아래로 처박는다. 방호식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담아낸 이 신은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온라인상에서 ‘짤’로 소비되기도 했다.

“선풍기가 (연기에)도움을 많이 줬다. ‘낡은 선풍기를 고치지도 않고 키웠는데’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작가님이 대본에 선풍기의 감정까지 써놓으셨다. ‘선풍기는 호식이의 마음도 모르고 속절없이 고개를 떨군다’. 선풍기를 연기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 친구가 (연기를)제일 잘했다. 내가 잘한 걸로 남길 걸 그랬나. 하하.”

선풍기뿐만 아니라 최영준에게도 노희경 작가의 특별 주문이 있었다. 방호식에 대한 설명에서 ‘딸바보’를 지우라는 것이었다. “시놉시스에 방호식이 ‘딸바보’라고 돼 있어서 열심히 준비해서 갔다. 그런데 작가님이 바로 ‘딸바보’를 지우라고 하시더라. 영주를 너무 받아주지 말라고, 예뻐도 ‘으이그, 이뻐’ 하라고 하셨다. 관계는 부녀지만, 사랑하는 여자로 바라보라고 하셨다. 색다른 관점이었다. 인권이랑 현이와도 수컷들의 싸움이라고 하셨다. 남자로 똑바로 싸우라고, 죽일 듯이 하라고 하셨다.”

‘수컷들의 싸움’을 벌이며 가장 많이 부대낀 박지환과는 절친이 됐다. 그를 ‘내 사랑’이라고 부른다는 최영준은 “(박지환과)싸우는 장면을 리딩하고 돌아가는 길에 너무 좋았다. 같이 하면 좋은 것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작품이 너무 귀했고 욕심이 많았다면, 지환이는 대본을 순수하게 바라보더라. 나는 연기를 늦게 시작해서 낭만을 가질 틈이 없었다. 늘 전투처럼 일했다. 10년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지환이를 만나고 이 작업이 재밌더라. 좋은 선배이자 친구가 생겼다. 평생 오래 가고 싶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렇듯 최영준에게 ‘우리들의 블루스’는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사실 1회를 보고 진짜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왜 끝나는 거야’ 하는데 끝났다. ‘시간 다 돼서 여기까지 할게요’ 같았다. 그래서 좋았다. ‘나의 아저씨’가 최애였는데 바뀌었다. 시청자였어도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였을 거다. 참여한 사람 입장에서는 천운이다.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나. 행복했다.”

작품의 성공, 시청자의 호평에도 “나만큼 연기하는 배우는 대학로에 널리고 널렸다”는 그는 앞으로도 차근차근 나아가고자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다. “너무 떠 있지 않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진행하고 있는 일정이 있어서 열심히 마무리하고 있다. 현장에 가면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연기를 한두 해 하고 말 건 아니니까 해왔던 대로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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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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