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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생생확대경]선제적 금리 인상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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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을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인지 시험대에 놓일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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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예상 경로를 번번이 뛰어넘으며 더 높은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가상승세가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던 작년 11월,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2.0%로 예측했으나 석 달 후인 올 2월엔 3.1%로 높였고 5월엔 4.5%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2008년 금융위기때 기록했던 4.7%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 정점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빅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두 가지 벽이 있다. 작년 8월부터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했다는 ‘선제적 금리 인상’이란 타이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올 5월까지 10개월간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려 연 1.75%로 높였지만 미국은 단 세 번의 금리 인상으로 0.25%였던 금리 상단을 1.75%로 높였다. 뉴질랜드도 작년 10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0.25%였던 금리를 2% 수준으로 1.75%포인트나 높였다.

우리는 먼저 금리를 올린 데다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세가 덜해 지금까지는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이 필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늦게 물가상승 강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경계감을 늦추긴 어렵다. 6월 물가가 6%를 넘게 되면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래 최고치로 21세기 들어 처음 경험하는 물가상승률이 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0일 창립기념식에서 “더 이상 선제적 금리 인상이 아니다. 실기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두 번째는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수록 전 세계 투자자들은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때는 기업부채가, 금융위기때는 높은 단기부채 비율이 복병이었으나 지금의 인플레 위기에선 높은 금리를 견뎌야 하는 가계부채가 문제가 될 전망이다. 변동금리 비중(4월말 잔액 77.3%)이 3분의 2를 넘는 상황에선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더 비싼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고 강요하기 어렵다.

금융안정보고서에선 가계부채 부실화를 경고하고 있지만 잔액 기준으로 본 대출금리는 작년 중순 최저 수준 대비 0.59%포인트 오른 것에 불과해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의 상한선이 어디인지, 이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예상을 넘는 물가에 대응해 더 높은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탄탄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한은의 시간이 왔다. ‘물가안정’이 제1의 목표이고 존재의 이유임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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