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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경찰 통제 공식화 맞서 사퇴한 청장…정부, 후임 인사 인선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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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 청장은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 발표에 따른 조직 내부 반발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 등을 수습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공동취재) 2022.6.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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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전격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계획을 발표하는 시점에 맞춘 항의성 차원이다. 다만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따른 '경질설'이 대두된 까닭에 자진 사퇴 결정의 파급력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청장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서 사의 표명 입장문을 통해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논의에 충분한 숙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청장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국민을 위한 경찰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어린 열정을 보여준 경찰 동료들께도 깊은 감사와 함께 그러한 염원에 끝까지 부응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문위)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폭넒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며 "새로이 구성될 지휘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경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이날 행안부가 경찰 통제 방안을 공식화하는 발표와 맞물려 이뤄졌다. 지난 주말 김 청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약 98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경찰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의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당시 통화에서 1991년 제정된 경찰법의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자문위 권고안 대로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을 하려면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며 이 장관을 설득했다고 전해졌다.

이 장관은 이날 행안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자문위)의 권고안 내용대로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조직 신설을 이날 공식화했다. 행안부안대로 추진될 경우 행안부는 경찰에 대한 지휘·인사·감찰·징계 등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자문위의 권고안이 발표되는 시점 전후로 '경찰청장 용퇴론'은 경찰 안팎에서 불거져 나왔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는 윤석열 정부 취임 때부터 예상 가능했는데도 경찰 지휘부가 적극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대두됐다.

김 청장은 당초 자문위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사의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사퇴'보다는 경찰 의견을 행안부에 전달해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도 경찰청장 사퇴에 대한 논의가 경찰 안팎으로 제기됐지만 청장이 용퇴론에 대해 일축해오다가 사퇴 시점을 이날로 잡은건 사퇴 카드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라며 "행안부와 타협 여지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사퇴를 결심한 시점과 행안부 차원의 경찰 통제안이 발표된 날이 맞물리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을 정치적 행위라며 비판하며 평가절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지원국을 훼방 놓고 자기가 민주 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하는 것"이라며 "이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고 했다.

임기 만료를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 사퇴를 결심했지만 파급력을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 인사 번복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윤 대통령이 이를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면서 경찰 수뇌부는 수세에 몰렸다. 등 떠밀리듯 사의를 표명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김 청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말고 끝까지 행안부의 경찰권 장악에 각을 세웠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새 청장이 부임하면 정부와 코드를 달리하기 어려운데다 승진·보임 인사에 민감한 경찰 고위직 중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응할 구심점을 찾기 어렵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청장이 마지막까지 경찰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었는데 사퇴를 결심하게 돼 아쉽다"고 밝혔다.

정부는 후임 경찰청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희근 경찰청 차장(54·경찰대 7기)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58·행시 특채), 우철문 부산경찰청장(53·경찰대 7기)이 김창룡 경찰청장(58·경찰대 4기)의 후임 자리를 놓고 삼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경찰 인사가 이례적으로 이뤄진 만큼 송정애 경찰대학장(59·순경 공채) 등 의외의 인물이 청장으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

차기 경찰청장 임명 절차가 순탄치 않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임명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된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들은 지난 24일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 검증을 거쳐 경찰위의 임명제청 동의 안건을 심의·의결,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 대통령 임명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만큼, 사표 수리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김 청장이 사표(의원면직서)를 경찰청에 제출했으나 아직 행안부 측에 올리지 않았다"며 "사의 표명에 다른 이유가 없는지, 검찰 수사, 징계 심사 여부 등을 법적으로 따져본 후 사표 수리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청 차원에서 검토한 뒤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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