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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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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소기업] "치킨 프랜차이즈·로봇 판매…두마리 토끼 다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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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가 서울 사당동 롸버트치킨 6호점에서 조리로봇이 튀긴 치킨을 상자에 담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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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사업인가, 로봇 사업인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 창업자인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37)는 지난달 운동화 끈을 조여 매며 뉴욕 맨해튼을 샅샅이 훑었다. 인근 뉴저지와 브루클린 등을 돌며 직영점을 낼 공간을 물색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에서 치킨 몇 마리를 팔아야 수지가 맞는 걸까.

서울 사당동 이면도로에 위치한 '롸버트치킨' 6호점에서 머리를 맞댔다. 주방에선 하얀 로봇팔이 튀김 바구니를 뜨거운 기름에 담그며 치킨을 바삭바삭하게 튀기고 있었다. 감칠맛 나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뉴욕에 직영점을 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롸버트치킨'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려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에서 하려는 것은 좀 다르다. 미국에서는 설비 자체를 원하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많다. 우리가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려면 직접 매장을 내어 보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나고 기계가 고장 났을 때 애프터서비스(AS)를 하는 문제 등 관리가 필요하다. 뉴욕점은 우리 로봇 '롸버트'를 선보일 수 있는 쇼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위치는.

▷맨해튼 한인타운 32번가가 될 것 같다. 50평 정도의 매장을 알아봤고 제안을 한 상태다. 뉴저지와 브루클린 등도 보고 왔지만 매출과 유동 인구가 크게 차이 났다. 또 뉴욕의 상징성이 있지 않은가. 이르면 올해 연말께 오픈이 목표다.

―코로나19 이후 상가 월세가 뛰었다던데.

▷작년 10월보다 가격이 30~40% 올랐다. 상가는 진짜 대부분 부르는 게 값이더라. 50평 규모에 월세가 5만달러 정도다. 뉴저지로 가면 3만달러다.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프랜차이즈인가, 로봇 판매인가.

▷이런 질문을 받은 지 3년 반이 넘었다. 최근에 다섯 군데서 75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투자 포인트가 다르다. 어떤 투자자는 브랜드를 잘하는 F&B(식음료) 사업으로 보셨고 어떤 투자자는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기계 중심으로 보신 분도 있다.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다. "우리는 치킨만 튀겨요"라고 말하면 인건비에 집중하는 게 맞지만 인건비보다 인력난에 맞추고 있다.

―로봇을 통해 치킨 값을 낮추려는 것 아닌가.

▷치킨 값을 낮출 거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한국의 치킨 값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배달비였다. 처음 생각지 못했던 비용적 구조 같은 변수도 있었고, '치킨을 하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을 할 즈음에 인건비보다 인력난을 생각하게 됐다. 요즘 치킨 튀기는 걸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알바생도 구하기 어렵다. 튀기는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집중해서 해답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튀김 전문 로봇인 건가.

▷지금도 치킨만 튀기는 게 아니라 감자튀김을 포함해 모든 사이드메뉴는 다 튀긴다. 기계가 잘 튀기는 것 자체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로보아르테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로봇팔을 공기계로 사와 거기에 프로그램을 입히는 소프트웨어(SW) 회사다. F&B를 가장 잘 이해해 반영하는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라는 설명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플랫폼을 갖추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조리 지능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조리 시 기름의 온도, 산도, 조리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셋 기반으로 조리 레시피, 조리 로봇 모션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다. 그 결과 우리가 개발한 SW를 적용한 로봇이 언제 어디서나 가장 맛있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추후에는 메뉴별 사용자가 직접 평가한 정보를 기반으로 튀김의 바삭함, 요리의 염도, 맵기 등을 조절해 개인화된 레시피를 로봇이 인지해 자동으로 맞춤화 조리를 할 수 있게 구현할 계획이다.

―요즘 비용 상승이 만만치 않은데.

▷해바라기유가 60% 오르면서 콩기름과 대두유도 같이 올랐다. 우리는 콩기름을 쓰는데 한 통에 2만5000원 하던 게 지금 5만2000원이다. 2년 만에 2배가 올랐다. 밀가루도 오르고 닭 사료도 오르고. 치킨이 최악이다. 치킨으로만 접근하면 답답하다. 원론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5년, 10년 장기적 방향이 뭐냐고?' 했을 때 처음에 생각한 방향, 즉 '사람이 주방에서 여러 명이 나눠서 하던 일을 로봇이 하게 하자'로 모아진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한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심사가 끝나면 곧바로 시작한다. 지난 3월에 신청했고 7월에 가능할 것 같다. 수요가 굉장히 많았다. 지금까지 매장 7호점을 냈는데 100% 직영이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10평 이하에 포장·배달 위주로 1인 창업자가 적합하다. 닭은 하림에서 쓰고 있다. '점주가 직접 혼자 운영'하는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창업 시 점주는 치킨 조리로봇을 렌탈 형태로 제공받게 된다. 매장 상주 인원을 줄여 인력난과 고임금에 대응하며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를 적극 권장한다. 우리가 계산한 매장의 손익분기점은 하루 치킨 40마리 판매 시 도달할 수 있다. 이 경우 일평균 매출 약 150만원이며 1개월 매출 4500만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매출에서 렌탈료 110만원, 임대료, 수도·전기·광열료 등 비용을 제하면 가맹점주가 월 500만원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올해 목표는.

▷가맹점 수 확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올해는 국내에서 직영점을 더 늘리지 않고, 가맹점주 서포트에 힘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12월 말 가맹점 30곳 이상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동래의 GS25 플래그십스토어를 시작으로 튀김이 필요한 모든 환경에서 우리 조리로봇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매장에서 얻은 운영 경험, 데이터셋들을 바탕으로 편의점에 맞는 조리 로봇 시스템으로 최적화해 더 많은 매장에 설치 확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스타트업계 잔치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내 본심은 자금을 쓰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따금 성경에 있는 달란트 비유를 떠올린다. 구성원, 주주, 고객에게 "악하고 게으른 CEO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마구잡이식이 아니라 여러 사업 계획 중에서 사업성 분석을 면밀하게 해 옥석을 신중히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 강지영 대표는

△1985년 서울 출생 △2001년 서울 가락고등학교 입학 △2006년 연세대 경영학과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 △2013년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IB △2017년 패스트인베스트먼트 투자 심사역 △2018년 9월 로보아르테 설립 후 대표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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