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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싹한 이야기 드라마 보는듯… 한국 추리소설, 오디오북 시장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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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쓰이는 어투 고스란히… 성우들 맛깔난 대사로 효과

생동감 넘치고 몰입도 높아… 소설분야 상위 10개중 5개 차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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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분은 발견 당시 이미 상당량의 피를 흘린 상태로, 구급대원이 도착해서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남자 형사가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 여성 주인공 ‘나’의 여동생이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구슬픈 가락의 배경음악과 함께 형사는 “사망 당시 모습이 등에 칼이 꽂힌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의 반응은 의외다. 모든 것을 예견한 듯 담담한 목소리로 답한다. “칼이 열 개던가요?”라고. ‘나’는 동생의 살인 사건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

이달 16일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 공개된 이수아 작가의 추리 장편소설 ‘마담 타로’(책과나무)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공개 직후 윌라 종합 베스트순위 1위를 차지했다. 윌라 이용자들 사이에선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한국 추리소설이 오디오북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담 타로’(1위)를 비롯해 사랑과 관련된 범죄가 벌어지는 작품을 모은 단편소설집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5위), 학교를 배경으로 각종 사건이 벌어지는 단편소설집 ‘주관식 문제’(10위)처럼 윌라의 종합 베스트 순위 10위 중 3개가 한국 추리소설이다.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에서도 한국 추리소설이 소설 분야 10위 중 5개를 차지하고 있다. ‘암흑 검사2’(1위), ‘한성 프리메이슨’(2위) ‘지옥 인형’(5위) ‘시프트’(7위) ‘삼개주막 기담회2’(8위)다.

한국 추리소설이 오디오북 플랫폼에서 인기를 끄는 건 대사가 오디오북 이용자들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일본, 영미권 추리작품을 번역한 대사보다 요즘 한국에서 쓰이는 어투가 묻어나 성우들이 맛깔 나게 읽을 때 효과가 커지는 오디오북의 특성과 맞닿은 것이다. 이화진 윌라 오디오북 콘텐츠팀 이사는 “오디오북 이용자들은 생동감 넘치고 몰입도가 높은 추리 작품들을 선호한다”며 “종이책 시장에서 덜 알려진 작품임에도 오디오북 플랫폼에선 순위권에 오르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익숙한 소재 덕에 이용자가 쉽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추리 장편소설 ‘신 전래특급’은 흥부와 놀부, 혹부리 영감 등 한국 전래동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추리 장편소설 ‘한성 프리메이슨’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 사건을 다룬다. 김재희 한국추리작가 부회장은 “오디오북 업계에서 추리소설은 아직 작품성이 고르지 않은 웹소설보다 완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전개가 빠른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한국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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