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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고] 한전의 재무위기는 에너지전환 최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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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경호 부총리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 요청과 관련해 제시한 한전의 자구안이 미흡하며 이를 점검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스와 석탄 가격이 크게 상승한 외부적 요인이 있음에도, 한전의 누적된 과실을 지적하는 듯한 부총리의 발언이었다. 정부는 27일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했지만 한전의 혁신적인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해 한전을 위한 어떠한 구제조치도 재고돼야 한다.

경향신문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국민의 돈으로 한전을 구제하기 앞서 정부는 먼저 이 사태의 원인부터 차분히 살펴봐야 한다. 하나금융투자가 지난 5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적자 원인은 수백% 상승한 석탄과 가스 가격에 있고, 이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려면 전기요금을 50% 이상 인상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전 정부의 원자력 정책이 없었어도 상황에는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필요한 한전의 자구노력은 무엇일까? 한전은 경영진이 성과급을 반납하겠다, 해외 석탄발전소를 매각하겠다,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등의 변죽만 울리고 있다. 올해 말 30조원 이상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러한 조치들은 조족지혈이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는 기존 석탄과 가스 발전소를 가동해 손해를 이어가는 것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는 게 재무적으로 더 낫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는 해마다 저렴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비율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베트남, 인도, 중국, 모로코 모두 우리보다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가 땅이 없고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전 중심의 이상한 전력 유통시스템이 상당히 기여한다. 한전은 석탄, 원자력, 가스 발전이 주력인 한전 자회사가 유리한 방식으로 작동되도록 발전원에 대한 보상을 조정하고, 계통을 통제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 중심의 낡은 전력시스템 안에선 재생에너지보다 석탄과 가스 중심의 한전 발전자회사가 우대받을 수밖에 없다. 용량 요금, 정산 조정 등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동원되고 깜깜이식으로 결정되는 규제 시장이 한전의 화석연료 발전에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들며 재생에너지라는 게임체인저가 시장에 등장했다. 재생에너지는 민간의 참여 비중이 높고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구분 없이 다 개발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의 전력시스템이 개선돼온 것과 달리 우리 전력시장은 지나치게 화석연료 발전에만 의존하게 됐고, 2022년 국민들의 전기요금과 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미국은 열병합발전이 본격화했고, 덴마크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IMF 위기가 우리 경제의 기회가 되었던 것처럼 이번 위기를 203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개편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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