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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갔다 온 전인지... 4년만에 ‘메이저퀸’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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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정상… LPGA 통산 4승

막판 무너진 톰프슨… 또 준우승 징크스

조선일보

전인지가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이번 대회는 코스와 나의 대결이라고 생각했다”며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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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8개월 만에 눈물을 쏟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인지(28)는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로 가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은 그가 2015년 우승한 US여자오픈이 열렸던 곳이다. 당시 낯선 땅에서 받은 환대와 응원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는 랭커스터 컨트리클럽 직원과 가족, 캐디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재단을 만들었다. 전인지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직후 재단 행사 일정을 미리 잡아놨는데, 새 메이저 트로피를 들고 가게 됐다”며 기뻐했다.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7년 동안 그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그해 최초로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고, 이듬해인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역대 남녀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21언더파)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후론 2018년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심적 고통에 시달리며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이날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에서 메이저 우승을 추가했다. 한·미·일 통산 15승 중 8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메이저 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인지는 이 대회 전까지 10위 안에 한 번 들었을 만큼 시즌 성적이 저조했다. 이달 초 US여자오픈을 15위로 끝낸 후 두 대회에서 72위, 67위를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데도 못 해내는 내가 밉고 답답하고 화도 났다”며 “코치님한테 혼나고 나서도 ‘나도 힘든데 왜 혼나야 하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친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울기만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골프를 계속 하다가 마음에 병이 생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언니는 “너의 건강이 골프보다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마. 이렇게까지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네가 원하면 그만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두라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 지금까지 잘해왔는데 단지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이니, 이번 대회에선 정말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과정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미국 메릴랜드주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파72·6894야드)에서 열린 이번 대회 첫날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샷 하나, 퍼트 하나에 집중했다. 버디를 몇 개 잡았는지도 몰랐을 만큼 몰입해 8언더파를 쳤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그린에 대비해 3번·4번 하이브리드를 빼고 주니어 시절에만 쳐본 7번 우드, 난생 처음 잡아보는 9번 우드를 들고 나왔다. 이 모험이 효과를 거둬 2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2위와 타수 차가 3타로 줄었다. 4라운드 전반 9홀에서도 보기만 4개 기록해 렉시 톰프슨(27·미국)에게 선두를 뺏겼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온 힘을 짜내 미소 지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전반 9홀은 압박감을 컨트롤하지 못했다”며 “그래도 후반에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어요. ‘전에도 잘해낸 적 있어. 이번에도 잘할 수 있어. 아직 기회가 있어. 불운 뒤엔 행운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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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렉시 톰프슨이 27일 위민스 PGA 챔피언십 4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톰프슨은 최종 라운드 한때 전인지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으나, 후반 들어 짧은 퍼트를 여러 차례 놓쳐 전인지에게 우승을 내줬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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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 톰프슨이 짧은 퍼트를 연거푸 놓치며 흔들렸다. 16번홀(파5)에서 톰프슨 보기, 전인지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다. 17번홀(파4)에서 톰프슨이 3퍼트 보기를 기록해 전인지가 단독 선두를 되찾았다. 톰프슨에겐 최종 라운드 선두를 달리다 막판 퍼트 난조로 아깝게 우승을 놓치는 일이 몇 년간 반복되고 있다.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친 전인지는 톰프슨과 이민지(26·호주)를 1타 차로 제치고 상금 135만달러(약 17억3500만원)를 받았다. 미국 투어 통산 4승 중 메이저 우승이 3번이다. “갖가지 상황마다 타수를 잃지 않기 위한 더 나은 선택 또는 더 높은 확률을 항상 생각한다”며 “메이저 대회에서 특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다시 일어서게 만든 건 달라진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성취가 커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커졌고,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며 더 완벽해지길 원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골프 인생 전체의 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큰 그림을 보면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오랜 시간 나를 믿어준 스폰서들, 부족한 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은 가족과 코치, 친구들과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해 행복하다”고 했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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