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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찰은 죽었다"…'행안부 통제안' 밀어붙이기에 반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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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해석 제각각…경찰청장 사표 수리 보류 배경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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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 입장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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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주현웅·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경찰 안팎의 분위기는 폭풍전야로 치닫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일선 경찰들은 '결사항전' 태세다. 야권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까지 거론해 갈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사태의 향방은 ‘정부조직법’ 해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안부는 이 법에 따라 경찰 통제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에선 오히려 이 법에 따라 장관을 탄핵할 수 있다고 맞선다.

◆행안장관 "경찰 통제는 비정상의 정상화"

27일 이 장관은 이른바 '경찰국' 신설 등을 통한 경찰 통제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역대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 경찰을 지휘·통제했으나, 현 정부에선 관행을 깨고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행안부가 그 역할을 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경찰의 정치 중립성 훼손’ 등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정치적 중립은 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의 헌법상 의무"라며 "이번 권고안은 지휘계통만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게 바로잡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강행한다는 의미다. 경찰국 설치에 더해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안’도 다음 달 15일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경찰제도발전위원회’(발전위) 역시 곧 구성해 경찰 통제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이중 발전위 출범은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장관의 경찰 고위간부 인사제청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라 국회에서 상당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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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축사를 듣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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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중심에 ‘정부조직법’…법치인가 탄핵인가

이날 이 장관이 가장 강조한 사항 중 하나는 ‘법과 원칙’이다. 정부조직법 34조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의 업무를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법을 되레 이 장관 탄핵의 근거로 삼고 있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관련 정책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잇달았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조직법 34조에는 행안부의 소관 사무에 치안 사무를 분명히 규정하지 않아 치안 사무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며 "특히 이 법이 다른 행정기관과 다르게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만 지휘권을 배제한 이유는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 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했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취지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이 31년 전으로 퇴행하는 권고안을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며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을 명백히 위배하고 법치주의 훼손을 거행하는 이 장관에 대해 탄핵소추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991년 경찰법 제정 당시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서 치안 사무를 삭제했던 입법 취지를 전면 훼손하는 것"이라며 "명백하게 법률에 위배된 것으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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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청 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제도개선 자문위 권고안 철회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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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토로한 일선 경찰들…직 던진 경찰청장

행안부의 경찰 통제 파장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이날 일선 경찰들은 휴가를 내고 거리와 국회로 나가 ‘경찰 독립’을 호소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경찰은 죽었다’는 의미의 근조리본을 달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일부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독립선언문’을 발표했다.

안세영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직협 회장은 토론회에서 "행안부가 경찰국을 부활시켜 14만 조직의 최고수장인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옥상옥 구조를 만드려는 것"이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옛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규탄했다.

안성주 울산경찰청 직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행안부 장관님,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제발 그 강을 건너지 말았으면 한다"며 "전국 곳곳 14만 명 경찰이 모두가 하나가 된 마음으로 울분을 내뱉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도 의미가 크다. 그는 지난 주말 이 장관과 경찰국 신설 등의 문제로 100분 가까이 통화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입장문에서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새로 구성될 지휘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경찰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주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다만 해외순방을 떠난 윤석열 대통령이 김 청장의 사표 수리를 미룬 상태다. 대통령실은 최근 윤 대통령의 '국기문란' 발언이 크게 논란을 빚은 탓에 김 청장이 사임할 경우 자칫 '경찰 내려찍기' 프레임에 휘말릴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chesco12@tf.co.kr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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