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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풍전등화 한국전력…전기요금 개편 없인 자본잠식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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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자체가 개혁할 부분이 많다. 한국의 전력요금이 전 세계에서 제일 쌀 것이다.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건 필수다. 다만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비정상인 요금의 정상화를 국민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렇게나 해도 올려주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전력요금을 올린다는 얘기만 나오면 ‘한전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지적을 받는다. 국민은 한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덕수 국무총리)

한국전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해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대표적인 우량 공기업으로 꼽히던 한전은 올해 연간 영업적자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재무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 세계 전력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전의 수익 감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세계 1만3600여개 기업의 올 1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전은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억달러(약 6조5035억원) 감소한 49억달러 적자로, 독일 에너지회사 유니퍼(44억달러 감소)를 제치고 올 1분기 세계에서 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전력회사가 됐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서도 수익 감소폭이 세계 10위로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워스트(최악) 10’에 이름을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억제 정책으로 한전이 최대 수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없다면 적자를 막기 위해 40%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료비 조정폭 상한제와 물가 부담으로 단기간에 큰 폭 인상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자본잠식 우려도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요금 인상 없이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2023년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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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7.8조 적자 충격

▷전 세계 전력회사 중 순이익 감소 최대

한전은 올 1분기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16조4641억원)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가량이나 많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적자다. 증권가는 한전이 올해 2~4분기에도 매 분기 5조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연간 적자폭이 24조원에서 많게는 3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자본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자본은 주주들이 출자한 돈인 납입자본과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쌓아둔 이익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적자가 발생하면 이익잉여금이 결손금으로 전환되는데, 전체 자본이 줄어들어 납입자본을 까먹기 시작하는 것이 자본잠식이다. 더 나아가 적자 누적으로 자본총계가 아예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를 완전 자본잠식이라고 부른다.

올 1분기 기준 한전의 이익잉여금은 39조4420억원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한전이 남은 2~4분기 동안 20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익잉여금은 20조원이 채 남지 않게 된다. 이 상황에서 2023년에도 올해와 같은 적자가 이어진다면 한전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적자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이익잉여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까지만 해도 한전의 이익잉여금은 53조3706억원이었지만 2018년 51조5191억원, 2019년 49조2021억원, 2020년 51조1336억원, 2021년 45조2470억원 등으로 계속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39조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적자가 누적되면 결손금이 커져 납입자본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기준 한전 납입자본은 4조536억원으로, 한 번 자본잠식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완전 자본잠식에 몰릴 위험이 있다.

자본잠식이 발생하면 상장 유지도 불투명해진다. 한국거래소 코스피 상장 퇴출 규정에 따르면 반기 말 자본 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 상태가 2년 연속 지속되거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다. 당장 올해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한전 투자자라면 충분히 불안할 수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한전 주가는 6월 23일 기준 2만1400원으로 지난 2016년 5월 9일 고점(6만2800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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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형적인 한국 전력의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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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급등에 직격탄

▷탈원전·신재생 확대 정책 발목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는 왜 발생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전의 수익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전은 산하 전력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력을 도매 가격으로 구매해 기업과 민간에 전기를 공급한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 구입비는 국제유가와 LNG·석탄 등 발전용 연료 수입 가격 변화에 연동되고, 기업과 민간에 판매하는 가격인 전기요금은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해 연료비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최근 1년 새 국제유가는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3배 이상 치솟았다. 그 결과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SMP)는 지난 4월 1㎾h당 200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6배나 높아진 가격이다.

한전이 공장과 가정 등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1분기 평균 단가가 1㎾h당 11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평균 SMP 180원은 사실상 구매액의 반값에 전기를 판매한 것을 의미한다. 4월 SMP가 사상 처음으로 200원을 웃돌면서 2분기 이후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전기요금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연료비 조정요금·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기준연료비는 전년 1년간(2020년 12월~2021년 11월) 연료비를 반영해 결정한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분기별로 조정되지만 1년에 최대 1㎾h당 5원, 분기에 최대 3원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올 1분기 전기료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배제하더라도 기준연료비 인상분 9.8원과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2원을 더해 1㎾h당 11.8원이 인상돼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요금을 동결했다. 당시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요금을 억눌렀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전은 연료비 급등에 따른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2분기 전기요금이 1㎾h당 33.8원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요금 인상은 1㎾h당 6.9원에 그쳤다. 1분기에 반영했어야 할 11.8원의 인상분도 4분기 이후에 반영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정부가 다음 정부로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요금 인상 시점 조정으로 한전이 입은 손실만 5조원 정도”라고 전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부담을 더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월성 1호기(700㎿)를 비롯해 신한울1호기(1.4GW)·신한울2호기(1.4GW)·신고리5호기(1.4GW) 등 총 4.9GW 규모 원전이 올 1분기 가동 중이어야 하지만, 이들은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거나 조기 폐쇄된 상황이다. 이들 원전의 빈자리는 값비싼 LNG 발전이 메웠다.

이들 원전 4기가 올 1분기 85% 가동률로 돌아갔다면 9121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1분기 원전 발전단가가 1㎾h당 62.9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LNG 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했을 경우 1분기에만 1조5000억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다면 연간 6조원 비용 절감이 가능했던 셈이다.

한전은 문재인정부의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전력망 투자 부담도 기존 대비 30조5000억원 늘려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전력 계통 혁신 방안’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30년까지 총 78조원을 들여 전력망을 보강해야 한다. 기존에는 송·변전 설비투자 23조4000억원과 배전 설비투자 24조1000억원을 합쳐 47조5000억원의 예산만 투입하면 됐지만, 이전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며 30조원 이상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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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 시급

▷출자 지분·부동산 매각 등 6조원 자구책

대규모 적자가 도마에 오르자 한전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월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확대 구성하고 경영 효율화, 연료비 절감, 출자 지분·부동산 매각 등 총 6조원 규모 자구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출자 지분 2건, 부동산 3건 등 총 1300억원의 자산 매각을 완료했고, 약 1조3000억원 규모 예산을 이연·절감했다.

아울러 중국 산시성 석탄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거명국제에너지유한공사의 지분 매각도 선제적으로 검토 중이다. 거명국제에너지유한공사는 한전이 2007년 중국 산시성 최대 발전사인 산시국제전력집단공사(SIEG) 등과 공동 출자해 세운 회사다. 한전은 지분 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산시성 석탄화력 발전은 사업 운영 기간이 2057년까지 50년에 달하고, 설비 용량은 8350㎿인 대형 사업이다.

이와 함께 한전은 전기요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정부에 협의를 요청했다.

먼저 최근 연료비 급등폭을 반영하는 기준연료비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당시 직전 1개년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연료비가 계속 급등한 만큼, 이를 추가로 반영해 기준연료비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폭은 분기당 최대 3원, 연간 5원으로 제한돼 있다. 국제유가 등락을 반영해 이를 각각 5원, 10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은 소비자 보호 등으로 회수하지 못한 연료비를 ‘미수금’으로 계산해 추후 정산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미수금 제도는 한국가스공사가 시행하고 있는데, 원료비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는 미수금 명목으로 수익을 잡아놨다가 추후 원료비 하락 구간에서 회수하는 게 핵심이다. 이 밖에도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뿐 아니라 적정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를 반영한 ‘총괄원가 방식’을 적용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그동안 국내 전기요금에는 연료비 변동분을 비롯한 원가 반영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이로 인한 한전의 재정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동부채를 포함한 전체적인 부채 규모가 증가한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전력 생산 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요금의 현실화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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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시장 구조 개혁 절실

▷발전원별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만신창이가 된 한국전력 재정 상황을 정상화하려면 구조적인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전기요금을 산출하는 가격 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은 물론, 한전이 독점해온 전기 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전기요금 산정 기구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현행 전기요금 산정 기준에 따르면 판매 사업자(한국전력)는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총괄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전기요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전기 판매 수입이 총괄원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 연도 전기요금을 조정해 그 차액을 회수하도록 정해놨다. 그러나 2013년 11월 이후 전기요금 조정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규제기구가 ‘전기료는 공공재’라는 미명하에 요금 인상을 억제해온 탓이다. 현재 전기요금 결정권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쥐고 있다. 전력 업계에서는 정권 입맛이 아닌, 시장 상황에 맞는 전기 요금 책정이 가능하도록 요금 조절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종갑 한양대 특훈교수(전 한국전력 사장)는 “한국전력은 정부의 통제가 매우 강하다. 시장 상황에 맞춰 회사 스스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막혀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 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 규제기구의 독립성이 부족하다. 요금 결정 과정에 정책적, 정치적 개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한 가격 체계 왜곡은 비합리적인 전력소비로 이어진다. 요금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탰다.

전력 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현재 전기 판매 시장은 한국전력 독점 체제다. 한전 산하에 있는 발전사와 민간 발전사로부터 한국전력이 단일 구매자로서 전기를 모두 구입한다. 전기 발전의 3단계인 발전·송전·배전 중에서 송전과 배전을 한전이 모두 담당하는 구조다. 물론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구매’할 수는 있다. 전기 발전사와 구매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면 된다. 단,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 PPA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혀 독점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에서 에너지 정책을 담당한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수위 정책 발표 당시 “탄소중립 시대에는 에너지 시장이 독점돼서는 곤란하다. 비중이 커지는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로 수요 관리가 중요하다. PPA 확대로 다양한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독점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특정 발전 에너지원을 무리하게 폐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번 한전의 대규모 손실의 원인 중 하나로 ‘탈원전 정책’을 지목한다.

“현재 에너지 안보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는 국가들은 (발전원별)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돼 있다. 덕분에 현재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의 파고를 잘 넘어갔다. 하나의 에너지원에만 매몰되지 말고 균형을 갖춘 합리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해외 국가는 ‘전력 난제’ 어떻게 풀었나

완전 개방으로 경쟁 유도 일본·EU 눈길

“한국 전력 시장은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보고서를 통해 평가한 국내 전력 시장의 실태다. 독점 판매자가 시장이 아닌 정부 뜻대로 전기 가격을 결정하는 행태를 두고, IEA는 ‘후진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IEA의 지적대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전력 시장을 개방, 경쟁을 통한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유럽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전력 시장 자유화를 추진했다. EU는 3차례에 걸쳐 전력 시장을 자유화했다. 1차 지침을 통해 송전·배전 회사의 기능을 분리했다. 또 판매 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했다. 이어 2차와 3차 지침을 내리면서 판매 시장을 전면 자유화했다. 개편 결과 예외국인 몰타를 제외한 모든 EU 국가가 전기 소매 시장을 개방했다. 2011년 이후 전기 판매 사업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력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18년 기준 EU 국가의 전기 판매 사업자 수는 4638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경우 전력 시장 자율화 이후 전기요금이 소폭 올랐다. 다만, 이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세금 증가가 원인이다.

1995년부터 전력 시장 개혁을 점진적으로 시도하던 일본은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개편 속도를 가속화시켰다. 당시 원전이 파괴되면서 대형 전기 사업자 도쿄전력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전기요금 급등, 전력 공급 부족 위험 등 위기에 직면하자 일본 정부는 ‘전력 시스템에 관한 개혁 방침’을 발표하고 전력 시장 개혁을 서둘렀다. 덕분에 2016년 4월부터 모든 전력 수용자가 판매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소매 시장 완전 개방이 이뤄졌다. 소비자는 자신의 전력 소비 패턴에 따라 신전력 사업자가 제시하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이 개방되면 전기요금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잠재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기료가 오르기는 했지만, 이는 사고처리비용과 대체에너지 수입 연료 가격 등이 반영된 결과다.

[류지민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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