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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하락장에서 상한가 찍는 종목들…무상증자 호재로 반짝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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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하락장을 이겨내는 유일한 호재인가. 아니면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테마인가.

최근 무상증자가 국내 증시 화두로 떠올랐다. 코스피 2400선마저 무너진 폭락장에서 무상증자 종목만 ‘빨간색’ 상승 흐름을 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2일 무상증자를 결정한 케이옥션은 장 초반부터 급등하며 상한가로 치솟았다. 미술품 경매 업체인 케이옥션은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29.88%)까지 상승한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전날 케이옥션은 이사회를 열고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하는 라온피플도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22일 라온피플은 전일 대비 10.3% 오른 1만2850원에 장을 마쳤다.

화장품 유통 업체 실리콘투가 무상증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2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실리콘투는 유통 주식 수 확대에 따른 거래 유동성 확보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무상증자 진행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매경이코노미

하락을 거듭하는 국내 증시에 무상증자가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다. 그러나 무상증자 이후 주가가 널뛰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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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 노터스 6연상 기록

▷공구우먼 급등했다가 상승 반납

무상증자는 기업 이익이나 자본 잉여금을 재원으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나눠 주는 방식이다. 회계적으로 따지면 잉여금이 자본으로 계정만 이동하는 셈이다. 전체 시가총액이나 실제 자본금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유통 주식 수가 늘면서 거래가 활발해진다. 또한 잉여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 준다는 점에서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로 해석돼 호재로 읽힌다.

‘무상증자 → 상한가’ 행진 시작은 바이오 기업 노터스였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노터스는 지난 5월 1주당 신주 8주를 지급하는 역대급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5월 31일부터 지난 6월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기록을 썼다. 온라인 여성 의류 업체 공구우먼 역시 지난 6월 14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발표하며 6월 14~15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무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높은 유보율을 갖췄다는 점이다. ‘6연상’을 기록한 노터스는 올해 1분기 기준 8958%, 3거래일 연속 급등한 공구우먼은 1만2991%의 유보율을 기록했다. 유보율이란 기업의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통상 기업이 동원 가능한 자금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부채비율이 낮고 유보비율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기업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또한 높은 비율의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주주에게 대가를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 주는 무상증자의 경우 보통주 1주당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만 실시해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매경이코노미

▶주주 이익 환원 신호 보내지만

▷실적 뒷받침 없인 장기 상승 힘들어

다만 무상증자로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변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무상증자라는 재료 하나만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실제 단기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산업용 배관을 생산하는 조광ILI는 6월 16일 전 거래일 대비 2440원(29.72%) 오른 1만65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이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조광ILI는 6월 17일에서 23% 오른 1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이후 급락세도 거셌다. 6월 20일부터 쭉 빠지기 시작하더니 22일 기준 1만350원까지 추락했다. 무상증자 발표 전보다는 높아졌지만 상승분을 상당히 반납했다.

용접 재료 전문 기업 조선선재 역시 6월 16일 상한가에 근접한 급등세를 보였다. 조선선재는 전일 대비 3만2000원(27.12%) 오른 1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11만대까지 떨어지며 무상증자 전 수준까지 돌아왔다.

앞서 6거래일 상한가 행진을 기록했던 노터스 역시 오른 만큼 골도 깊었다. 지난 6월 22일 이틀 연속 하한가(-30%)를 기록하며 7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노터스는 지난 5월 9일 무상증자를 실시한 후 권리락으로 5월 31일 기준가 773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상한가 행진을 시작했지만 결국 제자리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빅사이즈 여성 의류 업체인 공구우먼도 무상증자로 얻은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무증 발표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공구우먼 역시 4거래일간 매물이 쏟아지며 34% 하락했다. 씨에스베어링도 같은 길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무증 테마 널뛰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무상증자를 했다고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주가가 하락 조정된 만큼 가격이 싸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일어날 뿐이다. 펀더멘털(경제 기초)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가 급등을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결국 무상증자 이후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실적’ ‘성장’ ‘성과’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지난 3월 메지온 주가는 하한가를 맞았다. 폰탄 수술 환자의 신약으로 개발 중인 ‘유데나필’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메지온의 주가 부양 해법은 무상증자였다.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나름대로 ‘통 큰’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무상증자 결정 소식에 낙폭을 일부 상쇄하기는 했지만, 전 거래일 대비 18% 급락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FDA 허가라는 투자 동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무상증자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던 셈이다.

무상증자를 주가 부양책으로 활용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기업도 있다.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다. 2021년 공모가 49만8000원으로 주식 시장에 데뷔한 크래프톤은 고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6월 22일 기준 주가는 25만9700원으로 공모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올해 사상 최저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하자 일부 주주는 무상증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무상증자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는 “2011년 이후 시가총액 1조원을 넘은 회사가 무상증자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오를 수 있지만 6개월 후 모두 다시 내려왔다”며 “주가를 올리기 위해 무상증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보이지 않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기업 실적이 엉망이고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는 부실 기업이 ‘무상증자’를 내세워 주가를 띄우고 대주주가 탈출하려는 사례가 있다”며 “무상증자를 악용하는 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증은 기업의 펀더멘털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본질적인 기업가치에 집중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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