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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국내 증시 '나홀로 부진'은 '빚투' 탓?..."신용융자 5조 줄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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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달 들어 전 세계 증시 가운데 국내 증시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자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관련 반대매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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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로 최소 10% '떡락(급하락) 열차' 갑니다.”

“반대매매 지나가는 듯, 물량 받으면 되나요.”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인터넷 토론방에서 쉽게 눈에 띄는 반대매매 주의보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돈을 빌려 산 주식이 하락하면서 담보비율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매도 방식이다. 전날 종가 기준 하한가로 주식을 처분하는 탓에, 일반적으로 주가의 하락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자 반대매매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동학 개미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의 부메랑이란 것이다. 시장에선 신용융자 잔고가 더 정리될 때까지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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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전 세계 주식시장 대표 지수 40개 중 하락률 1·2위는 코스닥(-16.01%)과 코스피(-11.89%)였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3대 지수 하락률은 3~5%대에 불과했다. 스웨덴 OMX 스톡홀름 30(-11.73%), 브라질 보베스파(-11.39%), 오스트리아 ATX(-10.78%), 아르헨티나 머발(-10.49%) 등도 국내 지수보다는 성적이 나았다.

문제는 주가 급락으로 주식 시장의 전체 거래대금은 줄어드는 데, 반대매매 물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체 거래량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반대매매의 비중이 커질수록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지며 시장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국내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6조5548억원이다. 지난달(16조8689억원)보다 2%, 지난 1월(20조6542억원)보다 약 20% 줄었다. 반면 하루 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215억원으로 지난달(165억원)보다 30% 늘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국내 주가 하락은 대부분 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쏟아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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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줄어든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반대매매 물량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준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이 신용 거래를 통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돈이다.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신용거래 융자 잔고 규모는 줄어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8919억원으로, 지난 2일(21조5313억원)보다 2조5000억원 넘게 줄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5일(315억5500만원) 올해 최고치의 반대매매가 이뤄진 영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담보 부족으로 반대매매 발생 계좌 수가 이달 초 백 단위에서 지난 24일 천 단위로 10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반대매매의 늪에서 빼져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고는 각각 시가총액의 0.6%, 2.7%대”라며 “코로나19 이전(코스피 0.4%, 코스닥 2.3%)으로 돌아가려면 3조~5조원 어치의 물량이 더 청산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의 빠른 금리 인상 속도가 반대매매와 맞물려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증권사 신용거래 금리도 같이 오르며 반대매매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이미 다섯번 금리를 올린 데다 다음 달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한 하반기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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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보다 1.49% 상승한 2401.92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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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는 주가 하락의 결과일 뿐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할 요인이 아니란 지적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신용융자가 전체 시가총액에 차지하는 비율은 코스피 약 0.6%, 코스닥 2.7% 수준에 불과해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반대매매 급증을 주가 저점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단 주장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반대매매는 국내 수급 충격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라며 “전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억눌렸던 국내 증시가 반등하는 힘도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27일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9% 오른 2401.92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2.71% 급등한 770.60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홀로 2656억원을 사들이며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932억원, 205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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