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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민주당 세대교체론 ‘찻잔 속 태풍’되나…대안도 인물도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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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비전 제시 않고 세대교체 구호만

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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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을 중심으로 제기된 ‘세대교체론’이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크지 않지만,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와 인물이 부재해 ‘선언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일부 재선 의원들이 불을 지피면서 8월 전당대회 화두로 떠오른 70년대 기수론은 이후 이재명 의원 등 유력 주자들의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초반 기세가 꺾인 상태다. 대선·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주자들의 불출마를 요구하고, 그 빈자리를 97그룹 정치인들로 채우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무게가 실리면서 힘이 빠진 것이다. 친문계 안에서도 당권 도전 의사를 접은 이는 전해철 의원뿐이다. 지난 26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민석 의원도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다.

세대교체론을 띄울 97그룹 주자들의 출마 선언은 전무하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의원은 아직까지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출마를 검토 중인 한 재선 의원은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7월 초까지는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며 “재선 의원들이 각자 왜 출마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97그룹 중심의 세대교체론이 유력 주자들의 ‘불출마’를 조건부로 제시하는 형태로 시작된 점을 한계로 꼽는다. 민주당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며 공감대를 얻기보다, 책임론에만 기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안팎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핵심 당원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아무런 비전이나 가치도 제시하지 않은 채 ‘누구는 책임이 있으니 나오지 말라’는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며 “정치인들이 좀 더 당당하게 깃발을 들고 자신이 대안임을 주장하는 자신 있고 정직한 모습을 보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능력과 자질에 대한 고려없이 특정 세대만을 기준으로 한 ‘인위적’ 교체론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97그룹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97그룹 세대교체론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무조건 나이만 같다, 나이가 젊다는 것으로 새로운 인물이라 포장해서 나가는 것이 적절하겠느냐”며 “국민들께서는 나이가 많고 적고 간에 할 말을 해야 할 때 하고, 할 일을 해야 할 때 뒷걸음치지 않았던 사람이 민주당의 새로운 가치와 주장을 대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세대교체론이 힘을 잃으면서 당 일각에선 아예 외부 인사를 대표로 내세우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대가 종래의 리더십을 대체할 정도의 판이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점에 의문점이 많다”며 “전북대 강준만 교수님이라든가 그런 분들이 당의 온정주의, 계파, 팬덤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려 악역도 자처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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