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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칼럼] ‘정치보복’이면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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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권 비리 전방위 사정에 야당 반발
정치적 성격 불구 ‘보복’ 프레임은 무리
‘비리 반드시 심판된다’ 관행화 긍정적
한국일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비리 혐의 사정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정치보복·신색깔론을 안 버리면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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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비리 혐의에 대한 현 정부의 전방위 사정을 두고 ‘정치보복’ 논란이 뜨겁다. 정권을 내주고 사정 대상으로 전락한 야당에선 산적한 국정 현안과 여야 협치의 절실함, 통합 정치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내팽개친 대결주의적 정치보복이라며 결사항전이라도 할 태세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되면 과거 일에 대한 형사사건 수사가 이뤄졌고, 그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냐”는 다소 거친 화법으로 정치보복론을 일축했다.

현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기도 하는 한동훈 법무장관의 인식도 비슷하다. 한 장관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야당을 겨냥해 “중대한 범죄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물론 최근 문 정권 비리 혐의에 대한 동시다발적 사정을 사법 시스템의 순수한 작동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 전 정권 비리 사정은 정권교체에 따라 이전 정권과 대립했던 정적(政敵)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또 ‘적폐청산’이든 뭐든, 그 이면엔 전 정권을 격하함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재편하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새 정권의 정략이 작용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짐작할 만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문 정권 비리에 대한 일련의 사정작업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마치 야만적 탄압의 피해자이기라도 한 듯 반응하는 야당의 행태 역시 공감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보복’이든 ‘정치공세’든 그런 단어들 속엔 비합리적인 감정, 또는 떠벌려 욕할 일이 아님에도 정치적 술수 차원에서 상대를 공박한다는 식의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다. 야당으로선 그런 용어를 동원함으로써 애써 전 정권 비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떠오른 혐의와 의혹들은, 그게 정치보복이든 아니든, 적어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진실 규명이 꼭 필요해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여야가 팽팽히 맞선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하태경 국민의힘 진상조사 TF 단장이 국회 특위 구성을 요구하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여야 의원이 언성을 높이고 싸울 수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특위를 만들자는 제안이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공세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국회의원들끼리 언성을 높이든 말든, 고인이 아직 생존했던 6시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구조 노력 유무와 ‘월북 판단’의 경위가 반드시 책임 있게 밝혀지길 바란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나,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조사 역시 권력 남용과 정권 핵심의 비리 개입 혐의에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야당 ‘잠룡’인 이재명 의원 관련 부분도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 비리 의혹에 대한 검경의 동시다발 수사가 이 의원의 정치생명을 노린 ‘기획수사’라는 야당의 비난이 거세다. 하지만 국민 중엔 이 의원 개인의 정치생명보다, 제기된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사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정치판에서는 적폐청산이니 정치보복이니 서로 맞서 핏대를 올리지만, 대다수 국민은 정권 비리 사정으로 손해 볼 일이 별로 없다. 그러므로 더 철저히 사정하고, 언젠가 또다시 정권이 바뀌면 그때 정부도 이번 정권 비리에 대해 엄정히 사정하라. 그래서 정치보복이든 적폐청산이든, ‘권력비리는 반드시 심판된다’는 불문의 관행과 의식이 정착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일 아니겠는가.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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