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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년 만에 날아 오른 '플라잉 덤보' 전인지... "골프 그만두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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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인지가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베세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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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너무 많이 울어서 또 울면 울보 같아서 안 울려고 했는데…”

‘플라잉 덤보’ 전인지(28)가 오랜 부진을 털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3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해 LPGA 투어 통산 4승을 달성했다. 4승 중 3승이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전인지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파72·6,89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전인지는 나란히 4언더파 284타를 친 렉시 톰슨(미국)과 이민지(호주)에 1타 앞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35만 달러(약 17억5,000만원)다.

2015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전인지는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2년 연속 ‘메이저 퀸’에 올랐다. 이어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LPGA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이후 오랜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 3년 8개월 만에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메이저 퀸’의 부활을 알렸다. 전인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유독 메이저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쌓았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데뷔한 전인지는 그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거뒀다. 2015년 5월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컵 정상에 올랐고, 두 달 뒤엔 미국에서도 US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한·미·일 통산 15승 중 8승을 메이저로 장식했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20년 US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27) 이후 7개 대회 연속으로 이어지던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무승 부진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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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캐디와 포옹을 하고 있다. 베세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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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라운드를 톰슨과 최혜진(23), 김세영(29)에 3타 앞서 출발한 전인지는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초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9번홀(파5)까지 보기만 4개 기록하면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전반 1타를 줄인 톰슨에게 선두를 내줬다.

하지만 톰슨은 후반 들어 쇼트게임과 퍼트가 여러 차례 흔들렸다. 16번홀(파5)에서 톰슨이 보기를 기록하며 주춤하는 동안 전인지는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안정을 찾은 전인지는 17번홀(파4)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전인지가 파 세이브를 기록한 반면 톰슨이 보기에 그쳤다. 단독 선두에 오른 전인지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침착하게 파 세이브를 잡아내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챔피언 퍼트를 넣고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한 전인지는 그동안 겪었던 마음 고생 탓에 캐디와 포옹을 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전인지는 경기 후 “슬럼프가 왔을 때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었다”면서 “그래도 계속 골프를 치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우승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18번 마지막 퍼팅을 하고 눈물을 보인 전인지는 “그냥 ‘해냈다’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안 울려고 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US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이제 AIG 여자오픈과 셰브론 챔피언에서 트로피를 하나만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한국 선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선수는 박인비(34)가 유일하다.

전인지는 “메이저 3승을 했으니, 이제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계속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내 앞에 놓인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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