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美주도 세계질서 붕괴중…'중립국' 파워 급부상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세계, 러 침공 지지·반대·중립 의견으로 3등분

미·유럽 Vs 중·러 팽팽한 대립에도…결속력은 '글쎄'

‘중립’ 표방 국가 급증…"모든 관계서 혜택 누릴 것"

“美리더십, 2013년 세계경찰 포기 선언후 쇠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경찰’ 미국 주도로 유지돼 온 세계 질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미국·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 등 독재·권위주의 진영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며 두 진영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중립’ 국가들이 급증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데일리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유럽 Vs 중·러 대립 속…‘중립’ 표방 국가 급증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명백히 붕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유럽은 물론 러시아·중국 역시 지지하지 않겠다는 중립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인 EIU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기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거나 제재해야 한다는 국가에 속한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6%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다.

인도,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국가의 인구와, 중국이나 이란 등 러시아의 침공을 이해한다거나 지지한다는 국가의 인구는 각각 32%를 차지했다. 찬성, 반대, 중립이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세계 여론이 3등분으로 쪼개진 것을 나타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이 ‘전 세계가 똘똘 뭉쳐 러시아에 맞서 결속을 다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립 외교 노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는 매우 좋은 친구이며 좋은 관계를 쌓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매우 긴밀한 파트너”라고 했다. 이니아 세루이라투 피지 국방장관은 “우리는 미국인, 일본인, 중국인, 호주인을 모두 만났다.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과의 관계로부터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무기 부품 공급 중단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21년 러시아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 약 109억달러(약 14조원)어치의 무기를 수출,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닛케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건재했다면 이런 발언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다른 무기 수출 국가들에게도 비슷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리더십, 2013년 세계경찰 포기 선언후 쇠퇴”

미국의 리더십은 약 10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부터 쇠퇴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 8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향해 화학무기 사용은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듬해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음에도 미국의 군사개입은 없었다. 같은 해 9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찰국가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했을 때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엔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미국의 이익과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통상 정책을 펼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미국의 영향력이 꾸준히 약화하는 흐름 속에 이뤄졌다.

닛케이는 “현재의 미국·유럽이나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양극의 결속은 (과거처럼) 단단하지 않다”며 향후 중립국들이 세계 질서 재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서방 주요국가들은 중립국들을 한편으로 끌어들여 서방 주도 질서로 되돌아가겠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