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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류세 20%→30%→37% 인하…정부 “담합 주유소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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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경우 연일 고공행진에

산자부-공정위, “합동점검” 착수

시민단체들 “정유사 과다 이익”

유류세 50% 인하 개정안 발의


한겨레

정부가 고유가 대응을 위해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하기로 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기름을 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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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연일 치솟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분이 시장에 제때 반영됐는지 합동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유류세를 더 낮추기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2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와 주유업계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선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음달 1일부터 유류세가 37%까지 인하되는데 주유소에서 제대로 내리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사업자끼리 담합해 가격을 올린 일이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통상 산업부에서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담합한 사례가 있으면 공정위에 통보를 해 추가 조사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공정위도 현장 점검에 함께 나선다는 계획”이라며 “사업자들끼리 담합해 원유 가격 상승 폭 이상으로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리는 등 경쟁 제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휘발유·경유는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공급받아 마진을 붙여 파는데 유류세는 정유사 출고 단계에서 부과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내렸고 지난 5월 인하 폭을 30%로 확대한 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는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인하한다.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유통 관련 협회들은 이날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유류비 절감 효과가 신속히 체감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유사들은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고, 직영주유소는 당일부터 즉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한 주유소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지난해 11월1일)보다 ℓ(리터)당 420원(18일 기준) 올랐고 유류세는 ℓ당 247원 내렸지만, 전국 주유소 대부분(1만792곳 중 99.24%)이 그 차액인 ℓ당 173원보다 더 많이 휘발유값을 올렸다는 것이다. 경유값도 같은 기간 558원 올라 유류세 인하분(174원)을 반영한 값은 384원이지만 조사 대상 주유소의 99.65%에서 이보다 높았다. 이 조사를 진행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이컨슈머 이서혜 연구실장은 “유류세를 내린 지 7개월이 지났는데 1~2주가량인 재고 물량의 시차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정제·유통 마진이 높은 경유의 경우 각 정유사나 주유소들의 과다 이익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가격이 중요하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 때도 (정유사가) 인하 전에 주유소 공급 가격을 90원 가량 갑자기 인상한 적이 있다. 국제 유가가 올랐다고 하는데 일반 시민들은 그만큼 인하 효과를 느끼기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회에선 법정 최대한도까지 인하한 유류세를 더 낮추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현재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류세는 교통세에 붙는 교육세(교통세의 15%)와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가치세(10%)를 뭉뚱그려 이르는 말이다. 법은 세율의 3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배 의원의 법안은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키워 물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배 의원의 발의안은 사실상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론 격 법안이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유류세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일 배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고 이를 한도까지 즉시 적용할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현재 ℓ당 516원에서 368원으로 148원이 더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 시행 전(820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인 452원이나 내려가는 셈이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지만, 내부에서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커진다는 점에서 반기는 시각도 있지만, 유류세를 50%까지 낮출 때 줄어들 세수에 대한 걱정도 상존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로 이미 줄어든 세수는 3조8천억원, 올해 하반기에 감소할 세수 규모는 5조원에 이른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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