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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주 간다던 실종 일가족, 왜 완도로?…프로파일러들도 엇갈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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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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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뉴스1) 전원 기자 = 완도해경이 최근 완도에서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송곡항 주변 항포구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7일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2022.6.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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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생 일가족이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가운데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타살 가능성은 낮다고 추정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유나양(10)과 부모 조모씨(36)·이모씨(34)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달간 제주도에서 농촌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이후 지난 16일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이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학교는 22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아동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양 가족은 교외체험학습 기간에 제주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현재 조양의 가족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전남 완도군이다. 경찰은 도로 CCTV(폐쇄회로TV) 등을 통해 조양 가족이 지난달 29일 오후 2시쯤 은색 아우디 A6 차량(03오8447)를 타고 전남 강진 마량에서 고금대교를 통해 완도군 고금도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양 가족은 29일부터 3일간 완도 신지면 명사십리해수욕장 근처 펜션에 머물렀다.

이후 조양 일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57분쯤 펜션에서 나왔고 순차적으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기지국에 잡힌 신호를 기준으로 조양은 31일 오전 0시40분, 어머니 이씨는 31일 오전 1시9분, 아버지 조씨는 오전 4시16분쯤이다. 이후 현재까지 이들의 행적은 묘연하다.

일가족이 범죄 피해자가 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프로파일러로 활동중인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드러난 일련의 생활반응을 봤을 때 계획적인 강력범죄의 가능성은 낮다"며 "소지하고 있던 재산도 차량 정도인데 지역 범죄조직이 연관된 강도 등 우발적 범죄의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휴대폰이 꺼진 순서를 보면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벌어진 상황으로 추정돼서 다른 범죄 피해 사건으로 인식하기는 어렵지 않겠나"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양의 부모는 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 아버지가 컴퓨터 판매업을 했으나 지난해 말 폐업했고 이후 별다른 경제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3일 간의 행적, 사전 계획된 정황 등을 보면 현재의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라며 "일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보이는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의 형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도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위기감은 상대적인 감정"이라며 "갑자기 사업이 망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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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경이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송곡선창장 인근 해역에서 최근 실종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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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의 행선지가 학교에 통보한 제주도가 아니라 완도였던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배상훈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사람의 심리를 일반인의 논리로 이해하려 해선 안 된다"며 "불안하고 부실한 경우가 많아 왜 계획이 완전하지 못했냐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로 알려진 만큼 경비가 덜 드는 지역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수정 교수는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제주도에 숙박시설 등 예약한 정황이 없으니 학교에는 다른 변명을 둘러대고 본인들이 아는 지역 중에 가장 경비가 덜 드는 지역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기관은 가족 모두 살아있을 거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 일가족이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가족이 한 달 가까이 실종된 점으로 미뤄 차량 사고나 극단적 선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확대하고 있다. 강력·형사·실종팀, 광주청 2개 전남청 1개 기동대·잠수부 10명을 투입해 행적을 수사한다. 일가족 행적 수색 반경을 기존 송곡항·강독항·물하태 선착장 일대에서 신지면 전체로 넓힌다.

해경은 헬기 1대, 경비정 1척, 연안구조정 1척, 바다 밑을 영상 레이더로 살피는 소나 장비를 투입해 조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송곡항 주변 바다를 수색한다.

경찰은 또 이들의 휴대전화·은행·가택 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휴대전화 수신 기록 자료를 토대로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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