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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고물가·고금리 등 악재 지속…"최저임금 최소 동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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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10곳 중 6곳 최저임금 '동결 혹은 인하' 응답

팬데믹 지나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어려움 이어져

소상공인 최저임금 영향 더 커 "일자리 감소·폐업 속출"

[이데일리 강경래 이후섭 기자]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표면처리업체 A사는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악화로 종전 300% 수준이던 부채비율이 최근 500%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아연, 니켈, 주석 등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 이상 줄었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오를 경우 선제적으로 인력을 줄여야만 겨우 경영이 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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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기자회견에 참가한 중소기업인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 5번째부터)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 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협동조합 이사장. (제공=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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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겪은 뒤 또다시 원자재 가격 폭등에 어려움이 이어진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인건비는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한다”며 “현재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인력을 줄이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29일)이 임박한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여건이 여전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비해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이 더 오를 경우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 최저임금 ‘최소 동결’ 응답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53.2%) 혹은 ‘인하’(6.3%)해야 한다는 응답이 59.5%였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 시 대응 방법으로 ‘신규 채용 축소’(36.8%), ‘기존 인원 감축’(9.8%) 등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의견이 46.6%에 달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 의뢰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일자리가 최대 16만5000개 감소할 수 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로 최저임금을 1만890원(18.9%)으로 올리면 일자리가 34만개까지 줄어든다.

최남석 교수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겹치는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물가가 추가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지불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일자리가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열린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기자회견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중소기업 중 절반은 대책이 없으며, 나머지 절반은 고용 감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들 일자리도 지킬 수 있도록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최저임금 영향 더 커 “폐업 속출할 수 있어”

소상공인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2022년도 최저임금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인하’(48.2%) 혹은 ‘동결’(38.9%)해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87.1%에 달했다. 소상공인이 중소기업보다 최저임금 변동으로 인한 영향이 더 큰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시 대응 방법(복수응답)으로는 ‘기존 인력 감원’(34.1%), ‘기존 인력 근로시간 단축’(31.6%) 등 응답이 있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를 미처 회복하기도 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한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이 이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할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고용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에 있어 지속가능한 사업장이 아닌,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를 근거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측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은 지난 17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결국 부결됐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업종별로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가 크다. 음식, 숙박업 등 영세한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50% 이상이다.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이들 업종에 있어 최저임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다. 임금은 통상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하는데, 노동계는 이런 이유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물가는 경제 성장과 맞물려 상승하는데, 지금은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손실보상을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하면 중소기업, 소상공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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