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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항우연 노조 “저임금 탓 인력 떠나···법정수당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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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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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개발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노동조합이 연구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항공우주연구원의 임금 수준이 다른 정부연구기관보다 낮은데다 야간이나 휴일에 일해도 법에 정해진 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도 항공우주연구원 처우를 두고 비슷한 불만이 올라온 적이 있어 향후 이 문제가 우주개발 연구현장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노조는 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누리호 발사는 아주 깔끔하게 성공했다”며 “하지만 연구자들은 낮은 임금 수준, 시간 외 수당을 법대로 받지 못하는 처량한 처지를 자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공공연구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항공우주연구원 신입직원 초임 보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21번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00명 이상의 직원과 연 6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는 주요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선 최하위”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낮은 임금으로 인해 다른 연구원에 동시에 합격한 인력이 항공우주연구원을 선택하지 않거나 함께 일하던 젊은 연구원들이 임금을 이유로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우주연구원 노조는 우수 연구 인력의 확보가 어려워지는 현실이 한국 우주기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한 가지 임무를 향해 수백명이 협업해야 하는 임무 중심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전망과 전체의 성취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낮은 임금뿐 아니라 야간 및 휴일근무를 포함한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수당조차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수준으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한 법률이 없는 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2018년 3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2019년 1월에 69개 공공기관이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노조는 “현 시점까지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개발목적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임금체계와 제도 개선은 전혀 진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은 했지만, 잣대는 여전히 관리사무직 공무원과 같다는 것이다. 임금 체계, 출장여비 산정, 복지제도, 휴가제도 등이 연구인력의 특수성이 감안되지 않은 채 운영 중이라는 얘기다.

이외에도 노조는 올해 8월 발사되는 달 궤도선 ‘다누리’의 개발 과정에서 소속 연구자들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받지 못한 14억여원의 연구수당을 두고 연구원 측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은 2심이 진행 중인데, 1심 판결에서 항공우주연구원이 항소해 아직 법률 다툼이 진행 중이다.

항공우주연구원 노조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노조들, 현장의 연구자들과 연대하고 단결해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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