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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반으로 나뉜 美…'원정 낙태' 돕는 기업들, 제재하려는 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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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주요 기업, 직원 낙태권 보장 위한 정책 속속 발표…

텍사스주는 해당 기업의 사업 운영 금지책 마련 중]

머니투데이

2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낙태 옹호론자들이 낙태권을 폐기한 대법원의 결정을 규탄하며 'My body, My choice'(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는 문구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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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으면서 직원들의 낙태권을 보장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주 경계나 국경을 넘어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건데, 기업들이 소송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조계 전문가들은 낙태를 금지한 주 정부와 낙태 반대 단체들이 근로자의 원정 낙태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의 낙태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는 대법원 판결 당일 직원들에게 의료여행 경비 보전 정책을 확대한다고 전달했다. 낙태 수술을 포함해 인근 지역에서 이용할 수 없는 의료절차 및 치료를 받는 경우 회사가 직장 의료보험 등을 통해 그 비용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마존, 애플, 월트디즈니, 메타, 스타벅스, 나이키, 우버 등이 낙태 원정 수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낙태 반대 단체와 공화당이 우위에 있는 주 정부의 분노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로빈 프렛웰 윌슨 일리노이대 법학 교수는 "기업들의 정책은 낙태를 조장하고 주 정부 차원의 낙태 금지령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기업이 소송에 직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딸을 데리고 주 경계를 넘은 개인이 고소당할 수 있듯이 아마존 등 기업들도 얼마든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태권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텍사스주는 이미 기업들의 정책에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텍사스주 공화당 의원들은 낙태 지원책을 발표한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로건 그린 리프트에게 서한을 보내고 "텍사스는 리프트가 이같은 정책을 실행에 옮긴다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이들은 직원들의 원정 낙태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이 텍사스주에서 사업 운영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은 낙태 지원책으로 인한 소송전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방어 무기를 갖고 있긴 하다. 바로 1974년 제정된 연방법인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이다. 이 법에 따르면 주 정부는 고용주가 지원하는 직장 건강보험 요건 및 적용 범위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RISA의 방어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주가 민간 보험사 상품을 직원에게 제공하는 경우 ERISA가 아닌 주 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국 중소기업은 사회보험이 아닌 민간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낙태를 금지한 주들이 원정 낙태 지원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이 형사 고발당할 위험도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한편 미 대법원은 지난 24일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충돌하는 미시시피주 낙태 금지법에 대한 위헌심판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에서 대법원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런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며 "낙태를 규제할 권한을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결정으로 미국은 주별로 낙태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낙태권 옹호단체 미국 구트마허연구소는 50개 주 가운데 절반 넘는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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