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톺아보기]'금겹살'이 달갑잖은 돼지농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요즘 언론에선 연일 소비자 물가 인상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 먹거리인 삼겹살 가격이 높아졌다는 소식과 함께 ‘금겹살’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 100g 당 평균 2802원으로 전년 동월 평균 2451원 대비 14.3% 올랐다. 이렇게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급증이다. 거리두기 해제 이전이었던 올해 4월 삼겹살 소비자 가격은 100g 당 2400원이었지만 바로 다음 달인 5월엔 16.8%가 오른 2802원이 됐다. 오히려 5월 돼지고기 공급량이 전년보다 하루 기준 2418두(3.2%) 늘어났음에도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다 보니 돼지고기 물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장 내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계절적인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행락철인 5월부터 여름까지는 돼지고기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높아지는 시기다. 이에 예년 대비 상승폭이 커 유난히 가격이 오른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가격이 오르면 돼지고기 농가의 수익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데 이런 생각과 달리 돼지고기 농가는 소비자가격이 오른 것 만큼 수익이 커졌다고 체감하진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상기후를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다.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는 수입 의존율이 높은데 국제 곡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사료가격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건비와 약품비까지 높아지고 있어 생산 단가는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하고 있다. 반면 돼지고기의 산지가격은 도매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생산 단가가 상승한 만큼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따라서 생산 단가가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판매 가격이 하락하는 9월 이후가 되면 돼지고기 농가의 경영악화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겹살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소비가 위축돼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할 경우 돼지고기 농가는 생산비 이하의 수준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정산 받을 수밖에 없다. 경영 악화가 지속되면 내년엔 돼지고기 농가 중 약 30%가 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돼지고기 농가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방면의 지원책과 분위기 전환이 시급하다. 물론 사료 구매자금에 대한 금리 인하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논의, 시행되고 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이미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수입육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수입육 시장이 커진다면 식량안보가 중요한 현 시점에서 돼지고기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돼지고기 농가만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겠지만 이런 돼지고기 농가의 현실을 보면 더 적절한 정부 정책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금겹살 등 심리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여론 형성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돼지고기를 꾸준히 찾을 수 있는 시장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돼지고기 농가들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