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단독][그렇군]국방부,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정보본부장 징계했다 철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공무원 피격사건 시간대별 재구성.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국방부가 군내 대북정보 최고책임자인 국방정보본부장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했던 2020년 9월 국방정보본부장은 이영철 육군 중장으로, 그는 정권 교체 후 지난달 30일 전역했다.

합참 관계자는 27일 “당시 이 국방정보본부장의 징계는 대외에 첩보상황을 과도하게 언급하고 유통되게 했다는 이유로 이뤄졌다가 나중에 철회됐다”며 “이 본부장이 군의 첩보사항 유출 및 유통에서 문제를 일으켜 ‘보안위기’를 야기한 것으로 간주됐다”고 말했다. 당시 SI(Special Intelligence·특별취급정보) 첩보가 군 밖으로 노출되고 이 본부장 자신도 국회 국방위 비공개회의에서 SI 사항을 과도하게 말한 게 문제가 돼 징계처분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다른 군 관계자는 “SI는 사실상 한·미 연합비밀”이라며 “이 본부장이 (SI 문제로) 직무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감봉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본부장이 징계에 불복해 징계항고를 해 징계가 철회됐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의 징계가 취소된 구체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이 본부장을 징계할 경우 군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사안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하지 않았겠는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억류된 시점에서 정보관계관회의 후 만찬을 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9월24일 이후 국회는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을 통해 ‘서해 공무원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다. 민감한 내용 보고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참석했던 의원 등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들이 공개돼 언론에 보도됐다. “북한군이 ‘연유를 발라서 태우라’는 말을 했다” “762를 하라”(7.62㎜ AK 소총으로 사살하라) 등이 대표적으로, 모두 SI에서 나온 민간한 정보들이었다. “방독면 착용하에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 안영호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의 국회 보고 발언도 예민한 SI였다.

국방부는 당시 첩보가 언론을 통해 잇따라 공개되자 “군의 민감한 첩보사항들이 임의대로 가공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 군 임무 수행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안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첩보사항들이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언론 보도가 될 것임을 예상하고도 국회에 SI를 마구잡이 보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 체했다.

일각에서는 사건 발생 초기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정보관리 및 위기관리에 실패해 무분별한 SI 첩보가 유통되고 대국민 메시지에도 ‘혼선’이 빚은 것으로 평가한다. 문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지시하자 서욱 국방장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이 대책 회의 후 강도높은 대북 규탄 성명을 내놓고 정보본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SI를 과다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국방부 정책실장은 공석이었고, 대북정책관도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북한의 유감 표명 후 뒤늦게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국방부에 지침을 내리고, 국방부의 표현도 ‘시신까지 불태우는 만행’ 표현이 ‘시신 소각이 추정된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전 차장은 “우리가 이미 발표한 ‘시신 소각’ 입장과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에 나온 ‘부유물 소각’ 표현 등을 비교하고, 우리의 입장에 기초하되 차이점은 조사를 통해 밝혀 나가자고 검토한 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