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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원유 사들이는 중국·인도...G7 경제 제재 안먹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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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싼값에 러시아산 원유 챙기는 인도 (잠나가르 AP=연합뉴스) 인도 구자라트주 잠나가르에 있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정유공장을 지난해 6월 17일 촬영한 사진. 올해 5월 인도의 정유사들은 러시아로부터 4월 공급량보다 3배 많은 하루 평균 81만9천 배럴의 석유를 공급받았다. 수출량 급증으로 러시아는 인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1위 이라크에 이은 2위 석유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2022.6.14 jsmoon@yna.co.kr/2022-06-14 14:41:41/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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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의 정상들이 26일 독일에서 러시아산 금(金)의 수입 금지에 합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 조치다. 전쟁에는 돈이 든다. 러시아의 돈줄을 잡고 전쟁을 지속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법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침공 행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엄한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직은 끄떡 없어 보인다. 중국과 인도라는 두 경제 대국이 러시아 제재에 불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 제재의 패러독스’ 우려마저도 나온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러시아산 금의 수입 금지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연간 210조 원 어치의 금을 해외에 수출한다. 연간 3000조 원를 수출하는 원유에 이어, 러시아의 두 번째 수출 품목이다. 앞서 G7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유럽연합은 연내 수입 금지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원유 수출에 따른 수입액이 작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이유는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은 올해 5월에 하루 평균 러시아산 원유를 199만 배럴 구매했다. 4월에는 하루 평균 160만 배럴을 샀다. 작년 5월(평균 128만6000배럴)과 비교하면 급등한 것이다. 중국의 원유 수입 국가에서 줄곧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였지만, 5월에는 러시아가 1위로 올라와 역전했다. 사우디는 4월에 중국에 218만 배럴을 팔았지만, 5월에 185만 배럴로 판매량이 줄었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만 해도, 인도는 주로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수입했고 러시아산은 별로 사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국제 사회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나서자, 인도는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본격화했다. 인도는 5월에 러시아산을 하루평균 81만9000배럴 구매했다. 4월보다 3배 많다. 인도의 최대 원유 구매국에선 1위 이라크에 이어 러시아가 2위다. 사우디는 3위로 밀렸다. 인도는 6월에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을 계속 늘려, 일평균 100만 배럴을 넘어설 전망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중국과 인도만 합쳐도, 하루에 300만 배럴를 팔 수 있다. G7의 경제 제재에도 원유 팔 곳은 충분한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왜 이럴까.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서일까. 그보다는 자국 이익 우선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이면서 가격 왜곡이 생겼다. 예컨대 북해 브렌트산의 5월 평균 가격은 배럴당 112달러이었지만,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가격은 배럴당 93달러(미국 에너지인텔리젼트 추정)다. 러시아산이 훨씬 싼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싸게 팔았으니 손해일까. 그렇지도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면서 원유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중국에 파는 원유 가격(배럴당 93달러)도 작년과 비교하면 30%나 오른 가격이다. 러시아로선 작년보다 비싼 가격에 더 많은 양을 팔고 있는 셈이다. 러사아의 화폐인 루블화가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끄떡없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반대로 G7의 무기력론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2위 중국과 6위 인도가 러시아 제재에 불참하면서 경제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세계 경제 규모 톱10에는 G7과 함께 중국, 인도, 한국 등 3국이 있다. 수입 금지와 달리, 수출 금지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등이 하이테크 물자의 러시아 수출 금지에 나서면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 부품 부족 현상이 러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정밀유도병기와 같은 군수 물자는물론이고 자동차나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전기 제품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제재의 패러독스가 나올까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수출로 돈은 여전히 확보하는 상황’에서 타국의 수출 금지로, 자국내 물자 부족은 심각해지고 있다. 푸틴 정권의 기반이 약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족한 물자를 국민들에게 배급제로 나눠주는 시스템을 구축, 오히려 독재 정권의 기반이 강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후세인 이라크 정권도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 때 오히려 내부 통제력을 강화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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