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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치솟는 금리에 보험사 위기론 지속… “지원책도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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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보험업계 구제를 위해 지급여력(RBC) 규제를 완화했지만,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사 위기론이 지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량을 유가증권(채권·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시장금리가 상승할수록 손실을 키운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추가 구제책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약관대출 조이기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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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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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남겨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특별히 지켜보고 있지만, 최근 RBC 규제 완화 외에 추가로 논의되는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RBC 추가 규제 완화 조치를 마련하더라도 내년부터 킥스(K-ICS, 신 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효과도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사 RBC 비율 하락에 대응해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 잉여액의 40%를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RBC 비율은 고객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을 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 RBC 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진 보험사가 늘어났다. 1분기 기준 NH농협생명(131.5%)을 비롯해 DGB생명(108.5%), 한화손해보험(122.8%),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등 5곳이다.

특히 국내 5위 생명보험사인 NH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RBC비율이 210.5%였지만 단기간에 80%포인트(p) 이상 빠졌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RBC 규제 완화가 큰 도움이 됐지만, 현재 채권 금리를 속단할 수 없어 이달 말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산출기준을 적용한 결과 올해 2분기 RBC 비율을 DGB생명 146%, NH농협생명 202%, 한화손보 210%, DB생명 150%로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 등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제 여건이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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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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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0.6% ▲물가상승률 5.4% ▲코스피 지수 1950 ▲3년물 국고채 금리 5.8%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작성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업계 평균 RBC 비율은 지난해 말 246.2%에서 내년 말 80.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51개 보험사 중 16개가 RBC 비율이 100% 밑으로 하락하며 부도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 금융당국의 RBC 규제 완화 조치가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보험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사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주기 위해 최대한의 조치는 해줬다 본다”면서 “다만 시장 예측도 계속 달라지고 금리도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국 조치도 한계가 있어 각 회사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도 “회사별로 리스크 편차도 있고 금리와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모든 회사를 구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어느 정도 완충 장치만 마련해줄 뿐 리스크는 각 회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최근 일부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 환급금의 60%에서 50%로 낮추는 조치를 시행했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이 오는 30일 서울 모처에서 생명·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보험사 건전성 문제를 포함해 실손보험 손해율, 보험사기 등 여러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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