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삼성 날고 다른 재벌 ‘경제력 집중’ 커졌는데…윤 정부 정책은 ‘친재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성 매출 GDP 대비 2019년 16%→21년 18%

10대 재벌 56%→58%…재벌 안서도 격차 커져

윤 정부 ‘규제 완화’로 재벌에게 더 많은 헤택

경제력 집중 완화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 높아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재벌 기업에게 코로나19 대유행은 경제력을 키운 기간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2020∼21년) 발생 직전 연도인 2019년에 비해 매출과 순이익 등이 급증하며 삼성그룹을 비롯한 1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중소·중견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를 빼앗는 등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외치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여,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날고, 다른 재벌 뛰고


26일 <한겨레>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egroup.go.kr)과 금융감독원 대기업집단현황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삼성을 비롯한 10대 재벌 매출이 2019년 1070조원에서 2021년에는 1209조원으로 급증했다. 국내총생산(명목 GDP 기준) 대비 비중으로 보면 55.6%에서 58.3%로 껑충 뛰었다. 10대 재벌은 삼성·에스케이(SK)·현대차·엘지(LG)·롯데·한화·지에스(GS)·현대중공업·신세계·씨제이(CJ) 등이다.

삼성만 떼어놓고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내내 경제력 집중이 이어졌다. 삼성 매출은 2019년 315조원에서 2020년에는 334조원로, 2021년에는 379조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과 견주면, 16.3%, 17.2%, 18.3%까지 계속 커졌다. 삼성전자 실적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매출은 2019년 155조원에서 2021년 200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 대비 삼성전자 매출 비중도 8.0%에서 9.6%로 높아졌다.

삼성 경제력 집중은 한국은행 기업경영 분석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2019∼20년 국내 대기업 총 매출액·순이익과 삼성을 비교해본 결과, 대기업 총 매출액과 순이익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3.5%, 27.5%에서 2020년에는 14.5%, 30.4%로 뛰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10대 재벌 간 격차도 키웠다. 국내 대기업 총 매출액·순이익에서 10대 재벌 매출액 비중은 2019년 46.0%에서 2020년 44.9%로, 같은 기간 순이익 비중은 57.2%에서 53.4%로 떨어졌다. 또한 10대 재벌 총 매출액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9.4%에서 2021년 31.3%로 커졌다. 그만큼 다른 재벌 성장이 삼성에 비해 더뎠던 셈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력 집중은 경제 활력 저해”


재벌 성장의 열매는 총수 일가 주머니 채우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 배당, 편법 혹은 부당한 내부거래 등 경로도 다양하다.

최태원 회장 일가가 지분 26%를 보유한 에스케이 지주회사는 지난해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로 2170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에스케이(SK)’란 상표권은 2006년까지만 해도 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네트웍스·에스케이케미칼·에스케이시 등이 갖고 있었다. 이듬해 에스케이가 무상으로 넘겨 받았고, 2009년부터 해마다 수천억원대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에스케이 지주회사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2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삼성웰스토리는 부당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에 부당하게 부를 이전한 경우로 꼽힌다. 미래전략실 지시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2013~20년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물량을 몰아주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에 많은 배당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상위 4대 재벌의 지배력 확장과 재벌 계열사 증가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부의 편법 이전과 부패 등 다양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이시디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유죄 판결 받은 기업 임원에 대한 사면 제한, 내부거래 문제 해결을 위한 주주대표소송 장려 등을 권고했다. 당시 랜달 존스 한국경제담당관은 “재벌 일가가 일종의 터널링을 통해 계열사의 자원을 자신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 때문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우려 낳는 윤석열 정부 ‘친기업’ 행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친기업’으로 흐를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는 지난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새 정부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대기업집단 친족 범위를 좁히고,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부거래 감시가 느슨해지고, 삼성에스디에스(SDS)·현대오토에버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재벌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몸집을 불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고, 자회사 배당금의 이익금 불산입률을 상향하는 것 역시 재벌에게 막대한 헤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세전 이익 3천억원 이상인 100여개로 좁아지고, 배당금이 과세 대상인 이익에 포함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특히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새롭게 시장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도 민간 자율 규제로 선회했다. 신규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 견제 장치도 풀리는 셈이다.

재벌들에게 주어지는 이런 혜택이 고용 확대로 이어질 지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재벌의 경제력은 커졌지만 일자리 증가세는 제자리 걸음 수준이었다. 삼성 정규직은 2019년 26만886명에서 2021년 26만6854명으로 2년 동안 6천명 가까이 느는데 그쳤다. 전체 취업자와 정규직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3년 연속 각각 1.0%, 1.8% 수준이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매출액과 순이익이 크게 늘어도 고용 효과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도체 고용계수와 취업계수는 나란히 0.9명으로 전 산업 평균 4.1명, 5.6명 대비 훨씬 낮았다. 삼성의 매출액 확대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에 견줘 낮다는 얘기다. 10대 재벌 고용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3.8%에서 2021년 3.8%로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이들 재벌 정규직 비중은 7.2%에서 6.9%로 줄었다. 이 기간 롯데는 임직원을 줄였고, 한화·지에스 등은 매출·순이익이 늘었으나 임직원 수는 감소했다.

“내부거래 규제 등 재벌 개혁 필요”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경제 활력 저하는 물론 입법·사법·언론 등 각 분야에 영향을 미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왜곡시킨다”며 “정부는 이를 자연스러운 결과로 인식하고 재벌개혁 대신 경제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된 취업제한 규정을 준수하는 등 법을 준수하고, 재벌 개혁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 매출 및 이익 증가와 투자·고용 확대 간 상관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연구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나 세율 인하도 고용 확대 등의 효과가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은 “선진국은 총수 일가에게 도움이 되는 내부거래가 발생하면 주식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 당국의 개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